볼턴, 靑 정의용보다 제1야당 원내사령탑 나경원 먼저 만났다
상태바
볼턴, 靑 정의용보다 제1야당 원내사령탑 나경원 먼저 만났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7.24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한 핵심의제' 호르무즈 파병 동의안 국회 통과 염두 행보
국방부 "한일 안보협력 지속 유지" 지소미아 파기 없을 듯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4일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기 전 비공개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먼저 만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호르무즈 파병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볼턴 보좌관의 방한에서 핵심사안이 호르무즈 파병 문제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당초 우리 측에서 한일군사정보호협정(GSOMIA) 파기 카드를 꺼내서라도 미국의 적극적 중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GSOMIA 파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볼턴 보좌관과 정경두 국방장관과의 만남 이후 '한일 안보협력을 지속 유지해 나간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나경원으로 시작 강경화로 마침표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 아침 8시 정도에 미국 대사관에서 볼턴 보좌관을 만났다”며 “제가 면담을 요청해 만났고, 안보와 관련된 한국당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을 만났다고 전한 나 원내대표는 회의 시작 전부터 어두운 표정으로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과는 작년에도 회동한 적이 있다. 그런 인연 때문에 볼턴 보좌관의 방한을 앞두고 요청했다”면서도 한일 갈등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함구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후 미국 대사관에서 청와대로 이동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두 차례 만나 총 2시간 35분간 의견을 나눴다. 회담에서 한미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 미국측에서는 볼턴 보좌관과 포틴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후커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후 곧바로 국방부 청사를 방문해 정경두 국방장관을 만났다. 볼턴 보좌관은 면담 뒤 청사를 나가며 “광범위한 의제들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보내는 것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볼턴 보좌관은 면담에 앞서 ‘조국을 위해 헌신한 한국의 애국자들에게 행운을 빈다’는 방명록을 남겼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이날 오후가 되어서야 외교부 청사를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남을 가졌다. 이어 귀국길에 올랐다. 

▮ 靑 발표문에 '한일 갈등 중재 합의' 없어

볼턴 보좌관의 방문 결과는 나 원내대표와의 이례적 회동으로 사실상 정해진 상태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만남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반도 문제 등 주요 현안과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양국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며 ‘한미 안보실장 협의결과 대외발표문’을 발표했다. 발표문에 한일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고 대변인은 “정 실장은 23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들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항해에 우리 쪽이 단호히 대응한 사실을 설명했고, 볼턴 보좌관은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쪽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회담에서 합의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되어 북미비핵화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또 “2020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양쪽은 동맹의 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쪽은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이와 관련하여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측 한미동맹은 공동의 가치에 기반을 둔 상호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동맹임과 한반도를 넘어 역내 평화 안정을 위한 핵심축임을 재확인하고 양자,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외교부의 발표에 한일 문제가 언급됐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외교부는 “양측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역내 평화·안정 등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한미 및 한미일 간 공조와 협력이 중요함을 재확인하고 한일 간 추가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다는 기본 인식 하에 미측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포함, 향후 더욱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국방부 발표에서는 “한일 안보협력과 더불어 한미일 안보협력 발전을 긴밀히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GSOMIA가 연장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