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엇박자 내는 부동산 규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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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엇박자 내는 부동산 규제책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9.07.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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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강남권 고분양가 책정 논란이 잇따르자 또 다른 규제 카드를 꺼내들며 시장에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대규모 복합개발단지가 규제의 주요 타깃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시사한 것 만으로도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재건축 단지들이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정부는 집값이 이상 기류를 보일 때마다 규제책을 내놨다.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선한 의지에서 시작된 규제였지만 시장은 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 달성도 아직 요원한 상황이고 로또 청약, 줍줍 열풍 등과 같은 부작용마저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역시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한다. ‘두더지잡기식 대책을 내놓는다’, ‘과거 한차례 실패했던 정책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혼란만 가져 올 것’, ‘후분양을 독려했던 정부가 시장의 자발적 후분양을 옥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집값 과열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수요 대비 공급이 적기 때문인데, 이번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 부족을 더 심화시킬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빨리 인하했다. 이는 국내 경기 하강 국면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SOC 투자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들은 이같은 경기 활성화 카드와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 양상이다. 공적 부문에서 생활SOC, 24조1000억 규모의 인프라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노후 SOC 안전강화 대책 등 건설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사 먹거리 감소를 야기해 실적이 악화되고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당장 올해 하반기 분양물량 공급에서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토건사업에 시동을 걸며 건설경기 활성화에 나서고 다른 한쪽에선 잇단 규제책으로 건설경기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각 정책의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상쇄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엇박자가 나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면 이부터 보완하는 것이 우선이고, 정책의 철학과 방향성도 분명히 해야 한다. 부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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