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전격 인하, 금융업권별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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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전격 인하, 금융업권별 희비 엇갈려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7.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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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보험사 “수익성 악화 직면한 해결책 필요해”
부정적 전망 가득 증시…카드사 “비용절감 효과 볼 것”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8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75%에서 0.25%포인트(p)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8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75%에서 0.25%포인트(p)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홍석경‧박한나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각 금융업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1%대의 수신금리 시대가 시작되면서 소비자 이탈을 막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는 조달금리 인하로 당장 숨통은 트였다는 반응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예·적금 금리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인하 폭은 0.1∼0.3%p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에도 시중은행에서는 2%대 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추가 인하가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연 1%대 금리 시대가 올 전망이다.

◇셈범 복잡 ‘시중은행’‧부정적 전망 ‘증시’

현재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의 1년제 기본금리는 최고 1.9%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이 기본금리 1.6%에 우대금리 0.11%p, KB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은 기본금리 1.65%에 우대 0.3%p의 우대금리를 준다. 우리은행의 ‘위비 슈퍼 주거래 정기예금’은 기본 1.90%에 최고 2.40% 이자를, KEB하나은행은 ‘N플러스 정기예금’은 기본 1.80%에 최대 2.10%의 이자를 준다.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수신금리를 조정하게 되면 당장은 소비자에게 줘야 하는 이자가 줄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객 자금 이탈을 가속할 수 있고 이미 익숙한 이자 장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정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가 강화돼 상대적으로 대출보다 예금을 더 많이 조달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기반으로 산정하는 대출금리 역시 내려야 한다.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이자 역시 줄어드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 수 있어 은행으로선 금리인하가 단순 호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대출상품은 매월 15일 공시되는 코픽스와 연동한 상품이 많아 대출금리 인하는 내달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증시는 부정적인 전망이 주류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 수출·생산·투자 부진 등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이론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증시에 호재다. 하지만 2014년과 2016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 경기 둔화 우려에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18일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전날보다 580원(1.07%) 오른 5만458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지면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기보다 다른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춘 대응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고객 입장에서 어차피 예·적금에 들 계획이 있었다면 금리 조정이 이뤄지기 전에 가입하는 게 0.01%p의 이자라도 더 챙기도록 가입을 서두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는 ‘보험사’‧웃는 ‘카드캐피탈사’

한국은행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연 1.50%로 전격 인하하면서 2금융권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재무건전성, 성장성, 수익성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황이 이미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악화된 상황인데금리인하로 인한 역마진 현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높은 최저보증 이율을 보증하는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대량 판매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저금리 시대에도 고금리의 보험금을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해 자산운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지출하는 금액이 더 많은 역마진에 처한 것이다. 주로 채권 투자로 자산운용을 하는 보험사들에게 금리하락은 금리역마진을 확대해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킨다. 당장 수익성 악화의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

또 보험업계가 취급하는 보험장보험 등의 예정이율이 당장 내달부터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보험료 산출 기준이 되는 예정이율이 하락하게 되는데 이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금리연동형 보험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공시이율이 낮아지면 고객이 받는 환급금이 줄어들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전보다 많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환급금은 적어 보험상품의 수요와 구매력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반면 카드‧캐피탈 업계는 기준금리 인하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중은행은 변동금리를 적용해 일시적인 금리 변화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지만 카드나 캐피탈사들은 변동 없이 처음 약정한 금리를 최대 1~5년간 적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무엇보다 카드업계가 제공하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원가 요소인 조달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함께 떨어지게 돼 소비자들은 전보다 인하된 대출금리로 서비스를 이용할 있게 된다.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카드사들의 조달 비용은 커지지만 반대로 금리가 인하되면 조달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카드사로써는 비용 절감 효과를 보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상황인데 기준금리가 인하됐고 하반기 한 차례 더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는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카드사들은 대부분의 자금을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통해 조달하는데 회사채 발행 시점과 금리인하 시점이 달라서 대출 금리인하가 신속하게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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