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일관계 정치도구화, 아베 정권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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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일관계 정치도구화, 아베 정권만으로 충분하다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7.18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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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시행된 후 그 주말, 친구들과 카페에 갔다. 전망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다. 주문한 커피와 함께 조그만 쿠키가 나왔다. 일본 기업이 만든 쿠키였다. 일본 과자인 걸 안 상태에서 기자는 먹었고, 친구 둘은 먹지 않았다. 미리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지인들은 "이번에 일본 간다"고 말하면서도 주변 눈치를 봤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17일 전국 성인 503명에게 물어보니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국민이 54.5%로 지난 주보다 6.6%포인트 늘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전 정권에서 합의한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라며 양국 간 신뢰관계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략물자의 북한 반입 문제가 원인인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북한 문제에 쏟는 관심을 고려하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비세 인상 등 여론이 나빠지자 일본 자민당이 내치가 아닌 외교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의도가 확실히 있어 보인다. 이를 두고 국회에서는 국민 관심을 바깥으로 돌려 어지러운 정국을 가라앉히려 하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비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런데 일본만 그럴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경제 침략'으로 공식 규정했다. 민주당이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마련하기 위해 당내에 꾸린 특별위원회 명칭도 당초 일본경제보복대책특위에서 경제침략대책특위로 명칭을 바꿨다. 당청 연석회의에서는 "한일 과거사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발전에 대한 견제, 남북관계 진전과 동북아 질서 전환 과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고, 여당 대일 특위는 '한국에 친일정권을 세우려는 정치적 음모'라며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정치권에선 팽배해지는 반일 정서가 내년 총선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실제 정권에 등돌린 PK 민심이 일본 경제보복 조치 이후 다시 돌아왔고,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50%대를 회복했다. 역대 한국 정권은 휘발성 높은 반일 정서를 정치에 이용하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그렇게 정파적 이익에 반일 정서를 동원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한일 관계는 갈수록 꼬이고 국익은 위태로워졌다. 이제는 '반일'이 아닌 '극일'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한일 관계를 정치도구화하는 것은 아베 정권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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