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공인인증서 밀어내고 자체인증 도입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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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공인인증서 밀어내고 자체인증 도입 경쟁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7.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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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에 위기감 시중은행, 자체 인증제 도입 경쟁
전자서명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안 국회 처리시 확산 기대
신한은행 직원이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바로이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 직원이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바로이체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은행들이 '공인인증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인증'을 활용한 모바일뱅킹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간편한 인증 절차를 앞세워 20~40대 고객을 잠식하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시중은행들도 변화를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2년부터 18년째 은행 거래의 본인 인증 방식을 독점해온 공인인증서 체계의 종식도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모바일 앱에 'KB모바일인증서'를 도입했다. 이는 KB국민은행이 개발하고 발급한 '사설 인증서'다. KB모바일인증서의 최대 장점은 KB국민은행과 거래가 없었던 이들도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에서 회원가입부터 신규상품까지 모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영업점에서 등록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패턴, 지문, Face ID(아이폰 이용 고객) 등의 기능을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보안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 발급기(OTP) 없이도 최초 등록한 간편 비밀번호 6자리만 누르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아울러 공인인증서를 사용할 때 유효기간 만료 전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했던 불편함도 사라진다. 한번 발급 받으면 인증서를 폐기하지 않는 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이 지난 5월 도입한 ‘바로이체’ 서비스는 은행권에서 파격적인 시도로 꼽힌다. 로그인하지 않고도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한 뒤 바로이체를 누르고 송금 대상을 설정, 계좌 비밀번호 네 자리만 입력하면 즉시 이체가 가능하다. 첫 실행 때 스마트폰 인증을 통해 바로이체 서비스에 가입하면 된다. 이후로는 하루 100만원까지 복잡한 절차 없이 세 단계 만에 모든 이체가 완료된다.

기업은행도 공인인증서 없이 하루 5000만원까지 이체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아이원뱅크’를 운영 중이다.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고 여섯 자리 비밀번호로 이뤄진 사설인증서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그동안 공인인증서를 이용하지 않는 간편이체 한도를 하루 300만원까지 꾸준히 늘려오다가 아예 인증서 체계를 바꿨다. OTP나 보안카드가 없어도 된다.

우리은행은 3월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고 하루 200만원(1회 100만원)까지 이체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 ‘위비뱅크’를 개편했다. 예·적금 상품 가입과 공과금 납부 등도 공인인증서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탈 공인인증서’에 속도를 내는 배경은 카카오뱅크의 간편이체 성공 사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7월 카카오뱅크는 ‘같지만 다른 은행, 새로운 은행이 온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출범했다. 이용 편의성을 강조하며 사설인증서를 통한 자체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인인증서 절차를 생략한 카카오뱅크는 거래 시스템을 사용자 친화적으로 구성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반면 기존 공인인증서 방식에 의존한 은행들에겐 복잡한 절차를 여전히 강요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은행연합회에서 19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제작한 블록체인 인증서 뱅크사인 역시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만큼의 파급효과를 아직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성공사례로 시중은행 사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공인인증서 의존도를 낮춰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인증 절차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빼앗긴 고객 수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돼 위기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과제도 있다. 공인인증서 없이도 이용 가능한 업무가 아직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모든 금융거래 절차가 간소화된 것도 아니다. 특히 은행 대출은 여전히 공인인증서 인증 없이 이용이 어렵다. 카카오뱅크 역시 대출만큼은 공인인증서를 사용 중이다. 대출 신청자의 소득정보를 확인하는 기관이 인증수단을 공인인증서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이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전자서명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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