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제징용 국제법정서 과연 승산있나
상태바
[기자수첩] 강제징용 국제법정서 과연 승산있나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07.16 11:2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몇달 전 심리검사 중 하나인 TCI를 통해 알게 된 본 기자의 자질은 사회적 민감성이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치에 의해 세계적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빼았겼던 여인 마리아 알트만이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8년간의 기나긴 소송과 외교전을 통해 그림을 되찾는 '우언 인 골드'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제대로 했다. 일본 침략하에 수모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점점 생을 마감하고 있는 상황이 생각나서다.

하지만 대학에서 법을 전공했기에, 세상은 감정만으로 돌아가지 않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래서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후, 보복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1940년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판결문을 살펴봤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수 십년간 끌어왔던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관 13명 전원합의체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한국에 주재하는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집행을 진행중이다.

만약 해당 대법원 판결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일본의 경제보복은 정당성을 잃을 터. 몇몇 법학대학원 국제법 교수님들의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대법원 판결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기 '불리한 면'들을 알게됐다. 물론 내가 조언을 들은 교수님들의 의견이 대법관 전원합의체 판결보다 우월하다는 건 아니다. 사법계 시스템은 절대 흑과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해당 판결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국가 대 국가 간 파급효과도 고려해 판단해야 할 대법원과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따져봤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조언을 구한 교수님들은 진보·보수정권 집권과 상관없이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 50년간 일관적으로 취해온 입장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제3국 중재위 조항을 토대로 국제사회에서 이번 사안을 다퉈보자고 연일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과거 우리나라가 맺은 조약을 무기로 이번 사안을 외교전으로 몰고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등 국제외교 무대에서 가슴이 아닌 법과 외교를 무기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외교무대에는 감정이나 도덕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다. 과거 사드 배치 당시 '정의로운 전쟁보다 비겁한 평화가 낫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머리속에 맴돈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외교문제의 사법화가 낳은 참극', '뜨거운 가슴만 있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라고 평가한다. 또 자유한국당은 전날 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은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고 최근 발언한 것을 비꼬아 "문 대통령은 삼도수군통제사가 아니다"라며 "열두척의 배를 끌고 울돌목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 이순신 장군을 그렇게 만들었던 것은 무능한 선조와 그 당시 조정이다"(나경원 원내대표)라고 직격하며 연일 정부때리기에 나선 상태다.

그래서 이번 경제보복의 단초를 제공한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고? 그런 의미는 아니다. 나 또한 이번 판결이 뜨거운 가슴으로 내린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믿고 싶다. 감성충만한 판결이 왜 나쁜가. 인류 역사가 법원의 판결을 기계가 아닌 인간에게 맡긴 이유는 시대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기 위함 아니던가. 다만 뜨거운 가슴의 판결을 감당할 차가운 머리를 가진 정부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스러울 뿐. 이번 난국을 헤쳐갈 다음 이순신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재문 2019-07-20 06:25:06
세계가 인정하든 안하든 왜놈들이 우리 나라에 오면 우리나라법을 따라야 한다
너는 왜놈법을 따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