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루트 흔드는 셰일혁명...일본은 군사대국화 호기, 한국은 오일안보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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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루트 흔드는 셰일혁명...일본은 군사대국화 호기, 한국은 오일안보 걱정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7.1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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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혁명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 부상...내년 에너지 순수출국 전망
원유 위해 중동 머물 필요 없어져...중동 원유 의존 동북아에 변화 필연적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보호하기 위해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하면서 향후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미국이 실제 중동에서 발을 뺄 경우 중국에게는 해양진출의 기회로, 일본 역시 군사대국화의 호기로 삼을 수 있지만 장기간 호송작전 능력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국가적 위기로 다가올 전망이다. 미래에 다가올 이 같은 위기는 미국의 셰일혁명으로부터 촉발됐다.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연간 에너지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당초 전망보다 2년 빠른 내년부터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08년부터 본격화된 미국 내 셰일혁명의 결과다. 미국은 대량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과거에는 기술 부족으로 채굴이 어려웠다. 하지만 수평채굴법이 등장하면서 경제성 있는 시추가 가능해졌다. 미국은 수평채굴법을 활용해 셰일가스와 오일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미국은 러시아를 제치고 천연가스 최대 생산국이 됐다. 셰일오일 역시 지난해 하루 평균 1095만 배럴을 생산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랐다. 이런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뒤집고 화석연료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천연가스와 원유의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이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면서 국제정세는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중동산 원유의 안정적 공급은 최우선 순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셰일혁명으로 중동이란 족쇄가 풀린 것이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기 때문에 중동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중동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를 단적으로 방증한다.

이 같은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는 미국에 의존해 온 동맹국들에게는 국가적 위기로 다가온다. 미국의 안보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은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특히 동북아시아에 큰 변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이한의 분석을 요약하면, 미국이 발을 뺀 뒤 중동 특히 원유 수송로 상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4개국은 급격히 줄어든 원유 공급량을 두고 경쟁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해상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해군기지 설치를 두고도 경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해양진출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일본 역시 막강한 해상자위대를 통해 군사대국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의 안보를 보장해 주고 자원을 수입하는 나라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적으로 장기 해상 호송작전이 어려운 한국과 대만은 선택을 해야 하는데 자이한은 대만의 경우 일본에 의지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한국이 중국과 일본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에 따라 힘의 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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