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섬유·공작기계… 日 의존도 높은 국내 산업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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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공작기계… 日 의존도 높은 국내 산업 타격 불가피
  • 성희헌 기자
  • 승인 2019.07.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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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 절반 이상 점유… 수소 경제 활성화 차질 우려
기계류 고품질 등 국내 생산 라인 장악… 10년 기술 격차
일본은 반도체 등 3대 핵심소재의 대한 수출 규제를 내놓은지 1주일 만에 규제 대상 품목을 탄소섬유와 공작기계로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제공
일본은 반도체 등 3대 핵심소재의 대한 수출 규제를 내놓은지 1주일 만에 규제 대상 품목을 탄소섬유와 공작기계로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 품목 확대 가능성이 나타나면서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일본이 탄소섬유와 공작기계 분야까지 추가 경제 보복을 예고함에 따라, 관련 한국 기업이 전방위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NHK에 따르면, 일본은 반도체 등 3대 핵심소재의 대한 수출 규제를 내놓은지 1주일 만에 규제 대상 품목을 탄소섬유와 공작기계로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탄소섬유는 미래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금속보다 가벼우면서도 금속에 비해 인장강도와 탄성계수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고온과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이 우수하고 열팽창이 적기 때문에 자동차, 항공기, 스포츠 제품 등에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탄소섬유에 수출규제가 적용될 경우, 국내 수소산업은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수소 저장용기 등 수소산업의 핵심 부품이 탄소소재 기술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수소연료탱크는 탄소섬유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 탄소섬유 대부분을 일본 도레이로부터 공급받는 데 있다. 탄소섬유 생산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3사(도레이·미쓰비시·데이진)가 전세계 물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효성만이 수소탱크용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효성의 탄소섬유는 올해 연말에나 실제 수소탱크에 적용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미 탄소섬유를 활용한 차량용 수소저장탱크를 납품받고 있다. 차량 내 탄소섬유 등 경량소재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당장 필요한 수소전기차용 탄소섬유가 부족해 질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일본이 독점하는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종합 에너지 화학 기업 ‘아람코’와 손을 잡았다. 저비용 탄소섬유(CF),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의 제조 및 활용을 통해 탄소섬유 소재가 시장에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일본에서 탄소섬유 수출을 금지해도 국내 수급에 큰 차질이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탄소섬유 원사를 수입해 국내 구미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 일본 도레이 수출이 막혀도 ‘도레이 미국’, ‘도레이 프랑스’ 등 원사 수입 루트를 변경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공작기계도 상당 부분 일본에서 수입해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산 기계류는 이미 국내 생산 라인에 대거 포진됐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작기계 수입 규모는 12억6486만달러다. 이 중 일본산은 5억4064만달러로 42.7%를 차지했다.

일본산 기계는 품질에서 세계 1위 수준으로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물류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수입가는 독일산의 70%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의 일본산 기계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위아, 두산공작기계, 화천기계 등이 있으나 아직 일본과 10년 수준 기술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협력사들은 주로 일본산 정밀기계를 사용하고 있으며, 수입 제한시 대체는 가능하지만 품질 및 안정성 저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섬유의 경우 아직 국내 수요가 많지 않지만, 철보다 강한 이점을 살려 수소산업 등 향후 다양한 분야의 소재로 대체될 전망”이라며 “공작기계는 일본이 월등한 품질 등 경쟁력을 앞세워 이미 국내 생산 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국내 기업 선호도도 뛰어나다. 이 같은 탄소섬유·기계류 수출 제한시 산업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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