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해구 “최저임금 논란, 文정부 정치적 공격수단으로 동원됐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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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정해구 “최저임금 논란, 文정부 정치적 공격수단으로 동원됐다”(종합)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7.04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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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결정 앞두고 국민 여론 경청하겠다며 토론회
靑 정책입안자들 줄줄이 '객관적 평가 없었다' 노골적 불만
질문 짧게 요구 국민의견은 단둘...일방적 메시지 요식행위
대통령 지지자조차 참모들이 직언하지 않는다 대통령 걱정
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홍장표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홍장표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동원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기획위 산하 소득주도성장특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사가 극렬 대치하는 가운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마련한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홍장표 특위 위원장 역시 최저임금 부작용으로 지적받는 물가폭등이나 고용대란 비판을 두고 "과도하다"거나 "주홍글씨"라고 일축하며 지난 2년 최저임금 인상의 공과 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靑 인사들 '객관적 평가 없었다' 불만 드러내

4일 오후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정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는 객관적으로 그리고 종합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도 동원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 침체와 고용 부진의 책임을 오로지 최저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는 주장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 효과는 상용직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사실이고, 부정적 효과는 일부 자영업자나 일용직 또는 임시 노동자 등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홍 위원장도 이어진 인사말에서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다양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2년간 논란을 돌아보면 타당한 것도 있었지만 우려가 과도했거나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은 것이 있었다"며 물가상승률과 고용지표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 고용 상황이 20만명 올라가며 고용대란에 대한 비판이 잦아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긍정적 효과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이 개선되고, 임금 근로자 격차가 완화됐다는 점이다. 나아가 지난해 경우 소비진작, 가계소득 증진 효과도 성장에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된다"며 "최저임금이 물가폭등, 고용대란, 분배악화를 낳았다는 주홍글씨를 씌우는 것보다 이젠 차분하게 최임의 공과를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반면 자리를 함께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최저임금이야말로 받는 노동자들도 절박한 삶이 걸려 있고 주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도 경영 상태가 대단히 절박한 분들"이라며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시기마다 대립 갈등하는 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정치적 공격이라는데 자영업자 "우리는 생존형"

이처럼 청와대 핵심 정책입안자들은 최저임금 논란을 "정치적 공격"이라고 일축했지만 생업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근재 씨는 "우리는 생존형"이라고 했다. 그는 "갈수록 소상공인들의 영업 이익률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2019년 영업 이익률은 20%도 안 될 것 같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선 경제성장을 하면서 임금도 따라줘야 하는데 임금 성장부터 먼저 하고 경제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정부가) 재고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임대료를 많이 얘기들 하는데 임대료나 재료비도 30% 오르지는 않는다"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소상공인들은 제일 쉬운 방법으로 고용했던 분을 하나씩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오늘 토론회는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가 아니라 '최저임금, 전문가가 국민에게 알린다' 같다"고 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문제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홍 위원장은 물가도 안정됐고 고용 대란도 없었다고 하는데 아닌 것 같다. 제 월급은 그대로인데 택시비가 오르고 우리 아이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졌다. 그게 현실"이라며 "지난 2년 우리 삶이 좀 나아졌는가"라고 반문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도 "중앙회가 2차 이상 하청업체와 도소매 영세업자 등에게 조사한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감축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업이 절반이 넘었다"며 "근로자를 일자리 밖으로 밀어낸다는 점은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했다.

물론 반론도 있었다. 토론회 아르바이트 학생 대표로 참여한 문서희 씨는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이자 안전망"이라며 "눈앞의 이익을 좇아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청년유니온의 소개로 토론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의견 듣는다면서 “시간 없으니 질문 짧게”

토론회는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문 씨와 이 씨를 제외하고 국민 의견을 청취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종합토론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참석자가 "3분만 말할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진행자는 "30초로 요약해서 질문을 해달라"고 했다. 행사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자 장소 대여 시간 등을 고려한 발언이었다.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라고 소개한 하남웅씨(가명·51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공과 관련해 논쟁이 점점 커져서 여기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저는 개인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7800원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대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기분이 들게 한 게 과연 있을까. 문 대통령을 찍지 않은 이들이 한 번 정도는 '모두의 대통령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최저임금 정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또 "내 지인이면서 문 대통령 지지자인 3~4명들과 최저임금 우려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에게 이에 대해 직언할 이들이 주변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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