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만난 날 北 “남북대화 全無...북미대화 남측 통할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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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 만난 날 北 “남북대화 全無...북미대화 남측 통할 일 없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6.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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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新통미봉남으로 응답
비건 새 파트너 권정근 통해 북미대화 3대 조건 제시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평양에서 북중 정상이 나눈 비핵화 논의를 듣기 직전, 북한이 '북미 대화에서 남측은 빠지라'는 통미봉남(通美封南·남측을 봉쇄하고 미국과 대화)을 선언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확실한 뒷배로 삼은 북한이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 비핵화 문제를 담판짓겠다는 선언이어서 한동안 남북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전날 문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재차 호소한 바 있다. 

▮ 北 “한국은 참견 말라”...文 대통령 원색비난 

이날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미대화에 한국은 참견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권 국장은 조선중앙통신에 소개된 담화에서 “조미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봐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지금 북남 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전날 문 대통령은 세계 유수의 통신사와 가진 합동 인터뷰에서 “북미 양국 간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북측이 하루 만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이고 이런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서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중 스웨덴 연설을 겨냥해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교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북한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론을 오도했다”며 “현실에 대한 맹목과 주관으로 일관된 편견이고 결과를 낳은 엄연한 과정도 무시한 아전인수격의 생억지”라고 비난했다. 현실에 눈감은 채 혼자만의 주관과 편견에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는 남북공동선언과 관련해서도 “심각한 우려는 자아내는 현 사태를 놓고 진짜 책임을 느껴야 할 당사자는 다름아닌 남조선 당국”이라며 “말로는 북남선언들의 이행에 대해 떠들고 있지만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끊임없는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으로 하여 북남 사이에 해결하여야 할 중대문제들이 말꼭지만 떼 놓은 채 표류되고 있다”고 했다.

▮北, 美에 "협상 파트너·태도·대안 모두 바꿔라"

한편 이날 권 국장은 미국을 향해 대화 재개의 3가지 선행 조건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이란 △미국과 대화를 할 때 협상 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전날에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미수뇌분들이 아무리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하여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 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겨냥한 바 있다. 이날은 한발 더 나가 보다 구체적인 대화 재개 조건을 제시한 것. 

특히 이날 조건을 제시한 권 국장은 종적이 감춘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를 대신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새로운 카운터파트가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전문가들은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일 가능성을 높게 보았지만 김 특별대표와 제3의 인물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았다. 하노이 회담 이후 최 제1부상의 대내외적 위상이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이른바 '급'을 중시하는 북한이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로 최 제1부상 대신 그보다 급이 낮은 권 국장을 카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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