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행과 파격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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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행과 파격 사이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6.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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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26일 오후 국회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헉' 하게 만드는 이슈가 있었다. 자유한국당 전국 여성당원들이 모인 '2019 한국당 우먼 페스타'에서 경남도당팀 참가자 일부 당원이 입고 있던 바지를 내린 뒤 '한국당 승리'가 글자가 적힌 속반바지 차림으로 엉덩이춤을 춘 것. 한국당 측은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시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오전에 이어 전체회의가 한창이었다. 이날 행안위 안건은 '소방직 국가직화'·'과거사정리위원회 재개'·'공무원직장협의회 설치' 관련 법안 심사였다. 전날 행안위 소위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전체회의로 안건이 넘어온 것이다. 당시 바깥에서 소위 의결 소식을 들은 한국전쟁유족회 회원들은 회의장을 나온 의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오죽 했으면 "선거 운동 열심히 도와주겠다"는 말도 나왔다.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어제(25일) 법안소위 의결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일방적으로 표결 통과시킨 것"이라며 지금까지 법안소위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해온 '아름다운 관행'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하지 않고 소위에도 불참하는 상황에서 관행대로 기다릴 수 없었다'는 입장을, 한국당은 '국회 파행의 원인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있는 것'이라며 토론이 위로 떴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부진에 대한 대응으로 '서비스산업 혁신 전략'을 내놨다. 3050 클럽에 가입하며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우리나라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에서 서비스업 비중을 대폭 늘린다는, 시기상 중요한 의미가 담긴 전략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7년 전 방안과 다를 바 없었다. 제조업 수준의 세제·재정·금융지원 차별 완화, 서비스업 분야 연구개발(R&D) 확대 등이 그대로 담겼다. 이달 중 '타다 프리미엄 출시' 예고로 사회갈등이 예고된 공유경제의 서비스 규제 완화 부문, 서비스업 활성화의 법적 근거가 될 '서비스산업발전법'에 의료 부문은 포함하는지 입장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갈라파고스에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국회와 정부는 '나랏일'을 한다. 그래서 모든 일을 추진할 때의 명분은 '국민의 뜻'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랏일을 움직이는 기준은 '조직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가'가 돼 버렸다. 그래서 이에 따라 먼지 쌓인 관행을 꺼내 방패로 삼기도 하고, 없애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자일을 하는 동안, 눌어붙은 관행을 나도 모르게 따르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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