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당의 국회정상화 뒤집기, 멀어지는 민심 지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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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당의 국회정상화 뒤집기, 멀어지는 민심 지켜보라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06.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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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3당 교섭단체는 선거법·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 추경은 제369회 임시회에서 처리하되 재해추경을 우선 심사한다. 국회의장 주관으로 국회 차원의 경제원탁토론회를 개최하되 형식과 내용은 3당 교섭단체가 추후 협의한다.

여야3당 원내대표들(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이 24일 국회정상화에 합의한 내용이다. 국회 파행 81일만이었다. 합국당이 원하던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 대신 민주당은 국회 파행에 대한 포괄적인 유감을 표명했다. 또 한국당이 원했던 '패스트트랙 합의 처리'는 다소 해석의 차이를 불러올 수 있지만, 합의라는 단어가 포함된 '합의정신'으로 대체됐다. 또 한국당이 합의 조건으로 나중에 꺼내든 경제 실정 청문회는 국회의장이 제안한 경제원탁토론회로 대체됐다.

그런데 한국당 의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나보다.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들의 추인을 받는 과정에서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문구에 반발해 합의를 파기시켰다. 또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무력행사, 회의진행 방해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문제가 빠진 것도 문제 삼았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실정법을 위반해놓고서도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는 꼴이다. 이렇게 국회정상화 협상은 2시간만에 원상복귀되면서 국민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줬다.

그동안 국회정상화를 시도하려는 3당 원내대표들의 물밑 노력은 눈물겨웠다. 국회정상화 기간 동안 이루어졌던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 원내대표와 공공연히 친한 이인영·오신환 원내대표가 당선된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었을 터. 다들 각자의 당을 위해 일해야 하기에 내심 티는 안냈지만, 이들은 여러번 물밑회동을 가지고 합의를 도출하려 노력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공개석상에서 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 원내대표 역시 그동안 강한 어조로 민주당을 비판해 왔지만, 국회정상화에 대한 염원이 컸기에 전날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 내부는 아직까지도 다수의 합의를 따르며 소수의 의견을 성실하게 고려하는 민주주의 정신보다는 독선주의, 당파적 대결주의 등 온갖 고집과 아집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그들이 뽑아준 정당의 대표가 합의해 온 사항에 대해 거부하면서 '자기들이 협상력을 높혀줬으니 고마워해라'는 조롱을 한다. 멈춰선 국회로 인해 희망을 잃은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쉽게 나올 수 없는 말이다.

그동안 한국당을 기다리자던 이 원내대표도 한국당의 의원총회 부결에 대해 "국민의 국회정상화를 바란 여론을 정면 배반한 행위"라며 "의회주의 몰이해와 정면부정"이라고 강하게 평가절하했다. 분위기도 사뭇 변했다. 국회정상화를 위한 새협상 대신 한국당을 보이콧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동안 '제1야당의 말을 들어달라'며 국회를 멈춰세웠던 한국당. 국민들의 민심이 변하면 제1야당도 국회에서 보이콧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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