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외감법 태풍] “회계 선진화 위한 진통” VS "불확실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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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외감법 태풍] “회계 선진화 위한 진통” VS "불확실성 커져"
  • 성희헌 기자
  • 승인 2019.06.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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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높아진 회계 감사 리스크 대응
회계법인, 인력투자 등 감사품질 향상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까다로워진 새 외부감사법에 따라 기업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회계 감사는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신외감법 도입으로 기업은 높아진 회계 감사 리스크 대응하고 있으며, 회계 법인은 감사 품질 향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2018년 기준 63개국 중 62위로 수년째 최하위권이다. 신외감법은 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해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원회 감리위원을 지낸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공인회계사 합격자 대다수가 ‘빅4’ 회계법인에 취업을 하는 현 상황에서는 기업은 회계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며 “국제회계기준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도록 한 회계기준이지만, 국내기업은 형식적으로만 도입하고 있을 뿐 자율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회계법인이나 감독 당국에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신외감법 시행으로 회계법인의 자문 활동이 엄격히 제한된 만큼, 기업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회계역량을 갖춘 인력을 충분히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자산 규모 1900억원 이상인 상장사 220곳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대상으로 선정된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23곳이다. 이들은 일제히 새로운 회계법인에 감사를 받게 된다.

이에 기업의 감사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높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등을 이유로 감사인을 지정하게 된 회사 699개 가운데 497개사의 감사 보수가 자율적으로 선임했던 2017년 대비 평균 250% 증가했다.

기업의 회계부정을 눈감아 준 회계법인은 감사보수의 최대 5배를 과징금으로 낼 수 있고, 형사처벌 수위도 기존 징역 5~7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됐다. 감사 수주를 위한 영업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감사인이 소신껏 결정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송창영 법무법인 세한 변호사는 “원칙 중심의 회계처리 기준은 이해관계자에게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재무정보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피규제자 입장에서는 감독기관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칙 중심 회계 하에서는 반드시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특성을 고려하면서 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각 회계법인은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인력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우수 인재가 곧 감사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4대 회계법인은 일제히 직원 임금을 10% 가량 올렸다.

신기술 도입에도 나서고 있다. 기업 재무제표와 장부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같은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업무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감사 정확도를 높일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 투명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물론 회계사들도 권한에 걸맞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보이는 일련의 과정들은 회계 선진화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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