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하반기 ‘보릿고개’ 온다…미국・유럽 쿼터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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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하반기 ‘보릿고개’ 온다…미국・유럽 쿼터제 영향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6.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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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는 사실상 이듬해 물량 판매 가능, 3분기가 마지막 분기
3분기 휴가, 장마 등 전통적 비수기, 수출마저 꺾여 영업 고민
미국 관세율 인하는 포스코만 이득, 물량 경쟁 치열해질 듯
출하 대기 중인 포스코의 열연코일. 사진=포스코 제공
출하 대기 중인 포스코의 열연코일. 사진=포스코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철강업계가 3분기를 앞두고 비수기 내수 침체와 더불어 쿼터 제한에 따른 수출 물량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3분기를 앞두고 영업과 관련한 대책마련에 한창이다. 우선 내수는 전통적인 비수기다. 여름철 휴가가 7~8월 몰려 있기 때문에 영업일수가 짧다. 특히 장마가 올 경우 공사가 지연되기 때문에 제품 출하가 지연될 수 있다.

내수보다 수출이 문제다. 미국과 유럽 수출이 쿼터 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쿼터제 시행에 따른 물량 제한으로,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은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는 물량들은 국내에서 선적 후 도착까지 2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4분기부터 수출이 이뤄진다. 국내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출하 기준으로 실적을 잡는 만큼, 4분기 수출은 사실상 이듬해 물량을 판매하는 것임에도 양에 구속받지 않는다.

그러나 3분기의 경우 사실상 쿼터에서 한 해 남은 마지막 물량을 판매하는 만큼 물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 업체마다 월별 판매량을 조절하지만, 마지막 분기인 3분기는 매번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쿼터 제한이 없는 동남아시아 등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지역으로 수출을 늘려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원화 약세로 1200원대를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다소 떨어지고 있어 영업이익 부문에서 철강업체의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에서 한국산 냉연강판과 열연강판에 대해 최종 관세율을 낮추면서 수입규제 완화가 됐지만, 포스코를 제외하면 물량 면에서 큰 혜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포스코 냉연 최종 관세율을 3.23%로 낮췄다. 당초 원심은 59.72%에 달했는데 1차 예비판정에서 4.51%로 크게 낮췄다.

이달 열린 열연강판 연례재심 역시 포스코 열연제품의 상계관세(CVD)가 기존 원심 41.57%에서 0.55%까지 낮아졌다. 현대제철은 예비판정 당시 0.65%의 상계관세를 받았는데 이번 조치로 0.58%까지 내려갔다.

상계관세는 정부의 보조금과 장려금을 받아 경쟁력이 높아진 제품에 부과한다. 미국은 국내 철강제품이 전기세 등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에서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으로 쿼터제를 만든 후 물량 제한이 생겨 굳이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높게 매길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관세율을 낮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포스코는 2016년 판결 이후 2017년부터 대미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미국의 내수가격이 높지만 50~60%에 이르는 관세가 붙으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최종 관세율이 인하되면 포스코는 미국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포스코가 내준 37만톤의 열연 쿼터를 온전히 다시 찾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국은 쿼터 제한이 있을 뿐 여전히 최고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한국의 철강 수출이 쿼터제로 묶여 무분별한 수출이 불가능해진 만큼, 미국 정부가 한국정부에 높은 관세율을 매길 이유가 없다”며 “쿼터제가 시행되는 이상 3분기 수출 물량 부족에 따른 기근은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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