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 빛난 ‘공부하는 지도자’ 정정용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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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빛난 ‘공부하는 지도자’ 정정용 리더십
  • 한종훈 기자
  • 승인 2019.06.16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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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28세 은퇴… 스포츠생리학 박사과정 이수
지시가 아닌 이해·수평적 관계 준우승 신화 밑거름
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정정용 감독. 사진= 연합뉴스.
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정정용 감독. 사진= 연합뉴스.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이번 U-20 월드컵에서 정정용호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극복하고 강팀을 연파하며 전진했다. 새 역사를 쓴 성과는 선수들과 정정용 감독의 노력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사실 축구 선수 정정용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정정용 감독은 청구중·고와 경일대를 거쳐 1992년 실업 축구 이랜드 푸마의 창단 멤버로 6년 동안 센터백으로 활약한 것이 선수 생활의 전부다. 정 감독은 1997년 부상으로 28세의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이후 용인 태성중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해외 연수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했다. 고향 팀인 대구FC 수석 코치를 지냈던 2014년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14세 이하 팀을 시작으로 연령대 대표팀을 지도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들을 키워왔다. 2016년 U-20·2017년 U-23 대표팀의 감독대행을 맡았다.

정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통했다. 교수가 되고 싶었던 정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랜드에 있을 때도 팀의 허락을 받아 명지대 대학원에 다녔고, 지도자를 하면서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도 이수했다. 전공은 스포츠생리학이다.

정 감독은 유·청소년 선수들에게는 지시가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지도 철학을 가졌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U-19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에게 나눠줬던 전술 노트는 이러한 그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이 노트에는 상대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우리 팀의 포메이션·세트피스·플레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노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새 역사를 쓰는 씨앗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스리백과 포백 두 기본적인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다양한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경기 중에도 수비 시에는 파이브 백·공격 시에는 포백 등으로 포메이션을 수시로 바꾸기도 했고 경기 상황과 상대 대응 등에 따라 선수 교체와 포메이션 변형 등으로 다양한 전술 변화를 가져갔다.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자율 속의 규율을 강조한다. 정 감독은 대표팀 소집 기간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선수들의 자유 시간을 존중해줬다. 또 선수와 지도자 간에도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면서 선수들이 자신에게 먼저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표팀이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1-0으로 이겨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룬 뒤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선수들은 생수병을 들고 정 감독에게 물세례를 퍼부었다. 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흥이 많다. 경기를 마친 뒤 자유롭게 표출한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특히 정 감독은 “이해가 바탕이 되고 지도자를 신뢰할 수 있으면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신나게 다 드러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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