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승호에게 묻어난 기성용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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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백승호에게 묻어난 기성용의 향기
  • 한종훈 기자
  • 승인 2019.06.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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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지난 1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A매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 한국 축구 기대주 백승호는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3월 대표팀에 처음 소집된 지 4경기 만이다.

백승호는 이날 4-1-3-2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해 만점에 가까운 활약으로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백승호는 후반 주세종과 교체될 때까지 78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첫 A매치 출전임에도 베테랑 못지않은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빌드업의 기점 임무를 100% 수행했다. 중앙 수비수들과 호흡을 맞춰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건 물론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하며 이란을 상대로 빠른 패스 플레이를 주도했다.

또, 세계적인 명문 클럽인 FC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데뷔한 기대주답게 뛰어난 볼 키핑과 드리블, 경기 조율 능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중원을 장악하는 경기 운영 능력에 지난해 은퇴한 중원 사령관 기성용의 향기가 묻어났다.

사실 백승호가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백승호는 유소년 시절 ‘축구 천재’로 불렸다. 백승호는 축구 명문 대동초등학교 시절 주말리그 18경기에서 무려 30골을 터트렸다. 당시 대동초 사령탑이었던 강경수 감독은 “백승호는 축구 천재, 이승우는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 유스팀과 U-20 대표팀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백승호는 지난 3월 볼리비아·콜롬비아와의 2연전을 통해 처음으로 A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볼리비아·콜롬비아와 경기에 뛰지 못했고, 7일 호주와 평가전 때도 벤치를 지켰다. 여론은 ‘불러 놓고 쓰지도 않느냐’며 벤투 감독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백승호에게 정확한 포지션까지 지정하며 출전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백승호도 준비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그 결실을 이란과 평가전에서 맺었다. 백승호는 “소집 후 이틀 뒤부터 벤투 감독님이 그 자리에서 뛸 거라고 미리 준비하라고 하셨다. 운동 때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또 백승호는 “지난 3월에 뛰지 못했지만 이유가 있고,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많은 걸 배웠고 그 가르침과 기다림이 오늘의 데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기성용의 은퇴 이후 대체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백승호의 활약은 그런 우려를 지우기에 충분했다. 백승호는 이제 성인 대표팀의 새로운 플레이메이커로 주목받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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