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홈쇼핑 송출수수료 ‘배보다 큰 배꼽’… 공생 위해 머리 맞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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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홈쇼핑 송출수수료 ‘배보다 큰 배꼽’… 공생 위해 머리 맞대야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06.11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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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홈쇼핑 업체가 채널 배정을 위해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지급하는 송출수수료 조정 협의가 또다시 무산되면서 다시 한 번 ‘풍전등화’의 처지가 됐다. 매년 송출수수료가 인상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걱정이다.

지난달 28일 한국TV홈쇼핑협회와 한국T커머스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등이 TV홈쇼핑·T커머스 송출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네 차례의 회의에도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채널번호는 TV홈쇼핑·T커머스사들의 수익을 결정하는 큰 요소다. 관련 업체는 매년 IPTV·케이블TV사업자 등 유료방송사업자들과 협상을 통해 방송채널을 할당받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한다. 수수료율이 높을수록 주요 채널번호를 받는 식이다.

문제는 송출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산정 기준이 없다는 것에서 촉발된다. 한정된 인기 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업계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T커머스는 물론 TV홈쇼핑 등이 대규모 자금을 앞세운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채널 번호가 한정된 방송 특성상 한 사업자가 특정 번호를 차지하면 기존 사업자는 다른 위치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경쟁의 기본이 된다.

이런 배경을 골자로 송출수수료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홈쇼핑 7개사가 유로방송사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1조3093억원이다. 지난 2012년 8702억원에 비해 약 50%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유료방송사들에게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1조6350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를 반영할 경우 수년 안에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송출수수료 등을 포함한 복합적인 이유로 CJ ENM 오쇼핑‧현대홈쇼핑 등 국내 주요 홈쇼핑사의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송출수수료는 판매수수료에 전가되고, 이는 또다시 납품업체와 소비자에게까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홈쇼핑 업계는 각 사업자와 유료방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송출 수수료 합리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적어도 해당 플랫폼에서의 매출이나 시청률이 줄어들 경우 인상 폭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다만 과도한 송출수수료 발생이 과연 유료방송사만 탓할 문제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업계의 공격적인 채널 확보 정책이 송출수수료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어서다. 이른바 '황금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홈쇼핑 업체들이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높은 송출수수료를 제안하면서 과당경쟁을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이를 근거로 유료방송측은 시장 원리에 따른 협상이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는 현황이다.

상생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양보’가 필수다. 공생을 위해 각 이해관계자들은 입장차를 인정하고 수수료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다. 또한 정부는 방송사업자들 재허가시 송출수수료와 관련해 부가가치 창출 방안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적절한 개입을 통해 송출수수료 인상 상한선 기준 마련에 힘을 써야할 시점이다. 특히 유료방송과 홈쇼핑업계 등 각 이해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통해 의견 차를 좁힌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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