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집안싸움 원인은 “치킨게임 주도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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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집안싸움 원인은 “치킨게임 주도권 경쟁?”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6.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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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ATL, BYD 등 자국 인프라 배경 시장점유율 늘려
日 파나소닉도 전년 대비 성장 중, 3위 자리 굳건해
국내 배터리 업체, 한정된 수요 놓고 밥그릇 싸움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선도 기업들이 맞소송을 통해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LG화학 측에서는 30여년 동안 쌓아온 자사 핵심기술과 인력유출 방지 등 마땅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고, SK이노 측은 아무런 근거 없는 발목 잡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 맞소송 이면에는 한정된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작용했다.

LG화학은 SK이노 측에 두 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핵심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며 인력 빼가기(76명)를 문제 삼았고,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SK이노 측은 근거 없는 정황을 갖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은 아니면 말고 식의 전형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 세계 각국의 경쟁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며 빠르게 선점에 나서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중국의 CATL이 28.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BYD는 뒤를 이어 19.1%로 2위를 차지했고, 일본 파나소닉은 17.4%로 3위에 랭크됐다.

국내 기업은 LG화학이 9.9%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했고, 삼성SDI가 2.7%, SK이노가 2.1%로 8위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이 전 세계 10위권 내에 3개사가 이름을 올렸지만, 3개사를 모두 합해도 14.7%의 시장점유율에 불과해 3위에 미치지 못한다.

1위 CATL과 3위 파나소닉은 지난해 대비 점유율이 각각 8%, 3.1% 증가하며 국내 업체들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의 대립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장기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CATL사는 일본 도요타와 손잡으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CATL은 도요타의 중국 판매 전기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한다. 양사가 차량용 배터리의 품질 향상과 규격 공통화, 리사이클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요타는 BYD와도 협력할 방침을 세웠다.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 역시 중국 판매 전기차에는 중국산 배터리 장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CATL과 BYD는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서 수요를 넓히고 있다.

결국 국내 두 업체들은 유럽 등 일부 한정된 수요 속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나마 일본의 파나소닉이라는 경쟁자를 앞에 두고 실속 없는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상회했다면 사실상 이번 분쟁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SK이노는 2022년까지 헝가리 코마롬 1공장,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 헝가리 코마롬 2공장을 순차적으로 도입 예정이다.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 매출을 2019년 5조원, 2020년 10조원으로 1년 새 2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세웠을 만큼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결국 두 업체간 맞소송의 이면에는 수요 확보를 위한 견제가 깔려 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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