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율 깨뜨린 지방자치단체…철강업계, “산업 이해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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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율 깨뜨린 지방자치단체…철강업계, “산업 이해부족”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6.07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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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의 불이 꺼지는 것은 사실상 ‘폐업’ 의미
중국, 일본 등 반사이익, 국내 수요업계 타격
전 세계적으로 해결책 없어, 단순 ‘10일’ 문제 아냐
포스코는 친환경설비 구축을 위해 2021년까지 1조700억원을 투자한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 3고로.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 3고로. 사진=포스코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부각되며 친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내세우며 친환경 정책을 펼치면서 각 기업들도 정부 정책에 발 맞춰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산업에서는 환경 문제와 산업의 지속성 문제를 놓고 의견이 상충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속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광양, 당진, 포항 지자체의 관계기관들이 지역 대표 기업인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에게 고로 정비 시 안전밸브 개방을 문제 삼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이러한 지자체의 일방적 행정처분이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철강업계에서 고로(용광로)의 불이 꺼진다는 것은 사실 폐업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봐도 고로의 가동 중지는 제품이 팔리지가 않아 감산을 결정한 경우가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정비점검도 철저하게 연간 수급계획에 의해 이뤄진다. 철강업계에서는 조업정지 10일로 실제 6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되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조업 중지로 생산이 급감하면 이에 따른 피해는 수요업체들이 입게 된다.

일관제철소들의 생산은 철저하게 계획생산에 의해 이뤄진다. 자동차, 가전, 조선 등의 수요가들과 연간 생산계획을 대부분 세워놓고 생산을 하는 만큼 갑작스런 조업 중지로 인한 타격은 전 산업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결국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요산업 업체들에게 타격을 주고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로부터 철강 수입이 대폭 늘어나게 되는 2차 손실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고로 안전밸브 개방 문제는 해결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관리하고 있는 안전점검을 국내에서만 문제 삼는 것은 곧 산업의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1개 고로가 10일간 조업을 정지해 복구에 3개월이 걸릴 경우 최대 120만톤의 제품 감산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120만톤의 중국산과 일본산 제품이 수입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철강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각 회사 노조와 협력사들이 모여 관청 앞에서 시위를 벌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당진, 광양, 포항시장 선거나 도지사 선거 때, 이 지역에서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차지하는 표심을 감안하면 절대 무시 못 할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특히 최근 철강업체들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지속적인 지적을 받으면서 포스코가 1조7000억원, 현대제철이 5000억원을 투자해 적극적인 환경개선에 나선 상황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관계기관들과 철강업계 간 사전 교감을 통해 해결이 가능했을 문제를 일방적 통보로 인해 세계적 수준의 국내 철강 산업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우려가 생긴 것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와 산업부 간 관계는 항상 갑과 을의 관계에 있는 것 같다”라며 “정부부처 간에도 협상과 타협이라는 교류가 없으니,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행정처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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