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득주도성장 추종자의 고백
상태바
[기자수첩] 소득주도성장 추종자의 고백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6.04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소주성은 ‘성장의 혜택을 국민들이 고르게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이전보다 역량개발과 혁신 도전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지난달 황금연휴 휴가철에 해외로 여행가기 위한 인천공항 이용객은 역대 최다라는 보도 옆엔 사채 빚 5천만 원에 어린이날 부부가 어린 자녀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뉴스였다. 국가 입장에서 네 명의 소중한 국민을 잃었다. 굳이 이것뿐이겠나.

문제는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는 재원 마련과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소주성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IMF 이후 우리나라가 글로벌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에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내수를 튼튼히 하자고 한다. 내수를 활성화시키는 것만으로도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경제는 치열하다. 올라간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기도 전에 소득의 출처인 일자리가 없어진다. 낮은 기본급여 높은 성과급의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가진 기업들은 최저임금이 오르자 인건비가 싼 해외로 나간다. 이를 감안해 노사간 합의와 정부여당의 중재로 만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생산할 자동차는 해외 업체들과 경쟁해 앞으로 판매가 잘 될지도 우려된다. 내수를 살리자고 기업을 우리나라에 묶어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앞으로도 급여 인상 요구가 강하면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초기에 소주성을 지지했던 사람이다. 높은 물가에 비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삶이 팍팍하다고 봤고, 이들의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를 더 많이 하겠다 싶었다. 그러나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소득 인상 정책을 펴면 노조가 있는 대기업 공공기관 노동자는 혜택을 그대로 받되, 그렇지 못한 이들은 실업의 늪에 빠진다는 걸 취재 과정에서 체감했다. 즉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로 인해 국민 전체가 몸소 느끼는 서비스 물가는 또 오르고, 특히 취업과 실업의 경계를 오가는 저소득 비정규 노동자의 부담은 커진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소주성이 아닌 '소득공정성장' 또는 '소득생산성성장'을 고려해봐야 한다. 소주성의 기본 전제는 '임금이 생산성 향상 대비 덜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생산성 대비 고임금이 물가로 전가되고, 높은 물가 등 지출에 비해 저소득층의 소득은 제자리인 것은 아닐지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는 소주성 정책의 일환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보는 이들을 세금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생산성'은 안 보인다. 가령 여당의 자영업 대책만 보더라도 최저임금 피해를 줄인다고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고 부적격 사유가 없는 한 가맹 계약갱신 거절을 못하게 한다. 좋은 내용들이지만 자영업 종사자가 우리나라 산업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비중을 구조적으로 전환하려는 고민이 없는 단기 대책들이다. 최근 이해찬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비례대표 한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소상공인 단체 대표 발언에 불쾌감을 나타냈는데 정말 내년 총선을 위해서가 아닌 100년을 내다본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