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SK그룹, ‘하이닉스 행복날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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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SK그룹, ‘하이닉스 행복날개’ 날다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2.10.19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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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하다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대기업은 ‘위기는 기회’라고 판단, 내년에도 성장 중심의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올 초 하이닉스를 인수한 SK그룹(회장 최태원) 역시 하이닉스와의 시너지 창출 작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으면서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하이닉스 중국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이 생산공장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며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사진제공=SK그룹)

SK하이닉스 인수 후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 창출 작업 본격화
에너지·화학-정보통신 양대축에 반도체로 제3의 성장축 갖춰

SK그룹은 하이닉스를 인수하자마자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결정을 단행했다. 

그만큼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 갖는 의미가 특별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SK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 대외적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글로벌 성장축을 찾아왔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은 국내에서는 경쟁사와의 경쟁력 차이가 줄어들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신흥경쟁국 부상과 기술융합화 트렌드로 도전을 맞고 있다”면서 “이 같은 국내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성장전략 등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의 발언을 비춰볼 때 재계에서는 SK그룹이 하이닉스를 통해 사업체질을 글로벌화,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와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라는 두 번의 퀀텀 점프를 통해 성장축을 확보한 것처럼, 하이닉스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기존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이라는 양대축에 반도체라는 제3의 성장축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구조를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 하이닉스 이천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이 작업복 차림으로 공장 내 구내식당에서 하이닉스 임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SK그룹)
쉽게 말해 하이닉스 인수의 의미는 SK그룹의 체질변화다. 내수기반에서 명실상부한 수출지향형 그룹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제3의 성장축은 ‘반도체’

SK그룹은 지난해 수출에서만 45조원을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한 수출기업으로 자리잡았다.

SK그룹의 제조업 수출비중 역시 연간 단위로는 처음으로 60%를 넘어서는 등 양적, 질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를 글로벌 성장의 원년으로 삼고 공격경영에 나선 SK그룹은 수출기업인 하이닉스를 인수함에 따라 올해 수출액은 55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수출비중도 7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이닉스를 성장판으로 하는 글로벌 성장에서의 퀀텀 점프가 달성되는 셈이다.

SK그룹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C, SK케미칼 등 SK그룹 제조사의 지난해 추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72조3000억원 매출에 45조5000억원의 수출을 기록해 수출비중이 62.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전체 제조업 매출이 48조6700억원, 수출이 28조8800억원을 기록해 수출비중은 59.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수출은 수출금액이란 ‘양’적 측면에서나 수출비중이라는 ‘질’적 측면 모두에서 경이적인 성장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하이닉스를 품은 SK그룹은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회사인 SK텔레콤과는 통신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융합형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발전 계열사인 SK E&S는 지붕형(Roof-Top) 태양광발전소 건립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하이닉스를 인수함으로써 ICT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은 ‘융합과 혁신’을 위한 사업다각화를 이루고, 중장기적으로 ICT 서비스업과 반도체 제조업간의 다양한 융합형 사업기회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반도체사업을 영위하며 확보한 하이닉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노하우와 전 세계 15개국 이상에 펼쳐진 하이닉스의 해외 사업망은 향후 SK텔레콤이 ICT 융합 트렌드를 기반으로 글로벌 위상을 재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첨단 기술을 보유한 해외업체 인수 및 제휴 등 다양한 전략을 전개하며 차세대 사업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 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이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M11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SK그룹)
재계에서는 이런 변화의 최정점에 최태원 회장의 ‘3강(强)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강력한 리더십, 강력한 성장전략, 강력한 스킨십 등 3가지 전략으로 성장을 견인했다.

우선 최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SK하이닉스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했다.

최 회장은 인수가 완료된 직후 이사회에서 “SK하이닉스를 더욱 더 좋은 반도체 회사로 반드시 키워 나가겠다”며 신속하고 일관성 있는 사업추진을 약속했다.

특히, 올해는 전년 대비 20%가 늘어난 4조2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해 주주협의회 체제하에서의 소극적 경영을 벗어나 적기에 과감한 투자가 가능할 수 있도록 투자 규모를 늘렸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20나노급 D램 및 20나노 낸드플래시로 미세공정 전환을 가속화해 해외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고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난 6월 준공된 M12라인의 신규가동을 통해 IT기기의 모바일화와 고용량화 등에 따른 메모리반도체의 꾸준한 수요증대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자양분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기준 매출액 2조6320억원, 영업이익 230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전인 2011년 3분기부터 이어진 영업 손실을 단번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런 성과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해외 경쟁사들의 경영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1분기 23.9%, 2분기 24.4%로 집계돼 최고 기록을 연속 갱신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강력한 성장전략’으로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최 회장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 움츠러들지 말고 한 발자국 더 내디뎌야 한다”며 선진기술력 확보를 독려했다.

구체적인 밑그림은 신설된 ‘미래 전략실’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IBM과 차세대 반도체인 PC램 공동개발 제휴를 필두로,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개발업체인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해 ‘유럽기술센터’로 전환 설립함으로써 미국ㆍ일본ㆍ대만에 이어 유럽에도 R&D 거점을 확보했다.

같은 달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미국 회사 LAMD를 인수한 뒤 낸드플래시 응용복합제품 시장을 향한 전략 구체화에도 나섰다.

특히, 최 회장은 “M&A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쟁사 보다 더 큰 수확을 기대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술과 R&D를 통해 글로벌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성장플랜’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생산라인 전경.
무엇보다 최 회장의 ‘강력한 스킨십’은 SK하이닉스의 열정에 불을 지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SK하이닉스 생산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이천과 청주공장을 모두 6차례, 중국 우시공장을 2차례나 방문했다.

틈나는 대로 SK하이닉스 국내외 생산현장을 방문한 최 회장은 임직원들과 식사를 하거나 때로는 맥주잔을 부딪히며 “SK그룹은 ‘한솥밥 문화’에 바탕을 두고 성장해 왔다. SK와 하이닉스가 서로 힘을 합쳐 더욱 굳건한 토대 위에 올려놓자”며 ‘한 식구’임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변화 추진팀’을 두고 SK하이닉스의 기존 기업문화와 SK그룹 문화가 공존하는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최 회장은 “하이닉스가 SK에 인수된 것이 아니라 SK가 하이닉스 열정에 편승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SK하이닉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사기를 북돋았다.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로 고용안정과 인재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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