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지방공항, LCC 타고 백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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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 지방공항, LCC 타고 백조 될까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5.28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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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까지 지방공항발 국제선 여객수, 전년 대비 20% 성장
기존 LCC, 지방공항발 국제선 확대로 성장기반 구축
신생 LCC, 양양·청주 등 지방공항 거점으로 이륙 준비 中
(왼쪽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제공
(왼쪽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수익성이 낮아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지방공항이 백조로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지방발 국제선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LCC는 포화상태에 직면한 인천과 김포공항을 피해 지방발 노선 확대로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한 신생 LCC도 이륙을 준비 중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공항발 국제선 여객수는 1450만명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했다. 이는 전체 국제선 여객 증가율(11.6%)과 인천공항(10.0%), 김포공항(6.4%)의 국제선 여객 증가율을 크게 상회한 수치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4월 누적 지방공항발 국제선 여객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8% 증가했다. 특히 출국자수 둔화로 인해 전체 국제 여객수 증가율이 7.1%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지방공항은 20%에 가까운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증가율은 각각 4.8%, 0.8%에 그쳤다.

지방공항의 상승세는 LCC의 노선 다변화 전략 덕분이다. LCC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포화로, 지방공항발 국제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LCC 맏형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4월말 무안~오사카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무안공항을 제3의 거점공항으로 삼고 운항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다낭, 방콕, 타이베이, 세부, 코타키나발루, 마카오, 도쿄, 블라디보스토크 등 무안출발 국제선 9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오는 7월 1일 무안~후쿠오카 노선에 신규 취항하면 제주항공의 무안출발 국제선은 10개가 된다.

제주항공의 발 빠른 노선 확대는 무안공항의 여객 증가로 이어졌다. 오랜 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무안공항은 올 1분기 국제선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82% 급증한 19만여명의 여객 수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수송 여객을 기준으로 2018년 4월 말 8.8%에서 2019년 4월 말 73.4%로 약 8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항공 외에 티웨이항공은 대구공항, 에어부산은 김해공항, 이스타항공은 청주공항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인천이나 김포, 김해공항과 비교해 지방공항발 노선의 수익성은 떨어지는 편이다”면서 “그럼에도 LCC들이 지방발 국제선을 늘려나가는 것은 새로운 수요 창출 및 다양한 노선 개발을 통한 여행객 편의 제고와 외국인 여행객 유치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한 신생LCC도 운항을 예고하고 있어, 지방공항이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지난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고, 이륙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도 양양을 거점으로 한 플라이강원은 이르면 오는 10월 강원 양양공항에서 첫 비행에 나선다. 현재 국토부에서 운항 안정성 등에 대한 마무리 점검을 받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올해 항공기 3대, 2020년 7대, 2021년 9대, 2022년 1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일본·중국·동남아 등 31개 도시에 취항하는 것이 목표다.

청주공항 거점의 에어로케이도 항공기 확보와 운항증명(AOC)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오는 7월이나 8월 중으로 국토부에 AOC를 신청하고, 내년 4~5월께 신규 취항에 나설 방침이다.

박우성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공항은 노선 확보에 있어 선점효과가 중요하며, LCC들은 주요 거점공항을 정해서 미리 좋은 시간대의 슬롯을 선점하고 있다”면서 “아직 지방공항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낮은 수준이나,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과 제4활주로 신설을 주축으로 하는 4단계 건설사업이 완공되는 2023년 전까지 LCC들의 지방공항발 국제선 공급확대에 따라 점유율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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