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꽉 막힌’ 쥴, 소비자 알 권리는 회피?
상태바
[기자수첩] ‘꽉 막힌’ 쥴, 소비자 알 권리는 회피?
  • 신승엽 기자
  • 승인 2019.05.26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미국시장을 뒤흔들고 국내에 진출한 쥴랩스는 앞뒤가 다른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실망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한 일반담배 대체재 역할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쥴의 제조사인 쥴랩스는 지난 22일 서울 성수동 어반소스에서 펼친 론칭 행사부터 소통을 거부하는 모습이었다. 규제 당국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추도록 준법을 이어가겠다는 말부터 제품에 대한 소개만 이어가는 모양새였다. 

문제는 여느 행사와 마찬가지로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부터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전에 앱으로 질의를 올리고 사회자가 이 질문들을 쥴랩스 관계자에게 물어보는 과정으로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규제 및 유해성과 관련된 질문들이 실종된 점이 지적됐다. 마케팅적인 측면이나 본인들이 원하는 질문만을 선별했다는 평가다.

실제 질문 중 쥴랩스 측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질문은 9개 중 1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가장 앞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한 기자가 직접 질문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심지어 한 기자의 질문은 주최 측이 앱으로 확인했음에 불구하고 아예 질문 자체가 삭제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질의응답 시간이 끝난 후 두 창업자와 한국법인 대표, 아태지역 부사장 등은 급하게 행사장을 떠났다. 이후 현장에서는 쥴랩스에 관련 항의를 쏟아냈다. 쥴랩스 측은 사전 질문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질문들을 모두 답변하지 못했고, 삭제된 질문은 네트워크상 오류라고 발뺌했다. 직접적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도망가는 꼴이다.

담배사업법에 위배되는 조기 판매 물량을 직접 구매해 쥴 측에서 주장하는 일반담배 대체효과를 실험했다. 수치적인 문제 외에 타격감(연기가 목을 넘어가는 느낌)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하루에 1갑 이상의 일반담배를 태우는 2인과 궐련형 전자담배 1갑 이상을 피우는 2인을 대상으로 제품을 피우게 한 결과, 공통적으로 타격감 부족을 주장했다. 앞서 쥴랩스가 밝힌 일반담배 대체재 역할 수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통상 한 개 액상 카트리지는 150~200모금이라고 설명됐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10모금 내외로 책정된 것과 비교할 경우 1개 팟에 1갑(20개비)과 유사한 수치가 나온다. 4500원이라는 가격 형평성은 일치한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한 소비자는 타격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시간 만에 1개 카트리지를 모두 피웠다. 모금의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대체재라는 점을 내세운 것과 달리 흡연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 있는 항목만 시장에 내세울 경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다. 하지만 쥴은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돌파하겠다는 의지조차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왕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듯이 기업은 소비자 안전에 대한 무게감을 견뎌내야 한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