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진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봉 감독은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가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만남을 통해 빈부격차의 문제를 가족이야기로 풀어낸 영화다.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등 21개 작품과 경쟁해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봉 감독은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저와 함께해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께 감사드린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기택 역의 배우 송강호는 무대에서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한국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07년 '밀양'의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2009년 '박쥐'는 심사위원상, 2010년 '시'는 각본상을 각각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칸 영화제는 베네치아,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봉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세계 거장 감독 대열에 오르게 됐다. 마이클 무어, 라스 폰 트리에, 쿠엔틴 타란티노, 로랑 캉테 등이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자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