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1개월 노력’ 물거품… 갈 길 잃은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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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1개월 노력’ 물거품… 갈 길 잃은 르노삼성
  • 성희헌 기자
  • 승인 2019.05.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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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르노삼성 노사분규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르노삼성 노사가 11개월 만에 극적으로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 21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실시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투표 결과, 찬성 47.8%·반대 51.8%로 협상안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1년 가량 진통을 겪었던 노사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르노삼성 노조는 농성카드를 선택했다. 노조 집행부는 내부절차 수렴과 함께 회사 측을 상대로 27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 협상안 부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본급 동결’을 꼽았다. 하지만 부결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100만원과, 성과급도 976만원+생산격려금 50%를 더해 지급한다는 안이 담겼다. 중식대 보조금도 3만50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아울러 교섭 막바지 핵심 쟁점이 됐던 생산라인 전환 배치와 관련한 절차도 개선하기로 했다. 노사는 전환배치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현장 근무강도를 줄이기 위해 직업훈련생 60명을 충원하기로 합의했다. 또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10억원의 설비 투자를 하고, 근무강도 개선위원회를 활성한다는 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결국 이 같은 잠정합의안도 부결됐다. 노조는 1000만원대의 성과 보상급 지급 등에도 불구하고 ‘기본급 동결’이라는 명목 아래 어렵게 도출한 잠정합의안을 밀어낸 것이다. 임단협이 갈등을 빚는 사이 르노삼성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피해규모도 상당 수준에 다달았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62차례의 부분 파업과 한번의 공장 가동중단을 했다. 파업에 의한 생산 차질은 1만4320대, 액수로는 2806억원에 달한다. 결국 르노삼성 생산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33% 줄었다. 올해 1~4월 르노삼성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40% 수준 급감했다.

특히 협력업체의 경우 예상치 못한 휴업과 단축근무가 지속되면서 인력 이탈과 함께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많은 중소 및 영세 협력회사는 자금난 심화로 사업 존폐 기로에까지 몰렸다. 이미 몇몇 업체는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근로자가 실직의 아픔을 겪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르노삼성 노조에 등을 돌리고 있다. 파업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행보에서 공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업노조의 찬성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중이 납득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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