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내 유통 산업도 결국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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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유통 산업도 결국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05.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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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각종 규제의 천국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한 대형마트는 24시간 365일 하루도 문을 닫는 일이 없다. 대형마트에서 일자리 창출과 같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크다는 이유 등을 골자로 뉴욕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또 뉴욕 중심지인 맨해튼에서도 제재는커녕 오히려 환영을 받으며 대규모 출점 계획을 세운다. 영업규제가 없는 미국의 유통기업들은 이 같은 ‘네거티브 규제’를 중심으로 정부의 울타리 안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안착하며 유통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각종 규제로 출점에 제동이 걸린 한국의 대형 유통기업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국내 유통 대기업은 각종 규제로 인해 브레이크 없는 역주행을 강행하고 있다. 유통 규제의 핵심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데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떨어뜨리고 해당 산업의 성장률 정체까지 초래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유통 산업에도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건전한 유통 질서의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 등을 이유로 2012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약 7년 동안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 영업을 규제해 왔다. 월 2회 쉬어야 한다. 해당 규제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을 넘어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의무휴업이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되려 소비 증대 효과를 제한하고, 민간 소비경제만 위축시킨다는 것이 반박한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한 혜택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아니라 대형 식자재 마트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온라인으로의 이탈도 큰 원인이 된다는 새로운 풀이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쇼핑을 어떻게 하냐’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쇼핑을 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27.8%로 가장 많았다. ‘다른 대형마트를 찾아간다’라는 답변이 13.1%,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답변이 8.9%를 차지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응답자는 1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중소유통업체 소상공인들의 상황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 연구팀의 경기·대전 지역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휴무 날에도 개인슈퍼마켓과 전통시장의 매출은 큰 차이가 없었고 대형마트 휴업으로 인한 전통시장 유입 효과도 크지 않았다. 오히려 실제 대형마트 이용 고객의 약 40%가 반경 1㎞ 내의 주변 점포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의 대체재가 아니라는 점도 규제 효과가 불분명함을 뜻한다. E컨슈머가 전국 5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휴무일보다 영업일에 전통시장 방문 고객이 더 높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이탈과 온라인 상권으로의 유입은 시대적 흐름이 됐다. 오프라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전략이 중요하고 각 업체만의 경쟁력만이 존폐를 좌우한다.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는 쪽이 도태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의 자연스러운 논리다.

노령화된 전통시장에서 찾고 싶은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편의시설 확충 및 미래형 스마트 전통시장 육성, 상점가 활성화 등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제 아무리 뜻 있는 규제라도 실효성이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규제를 위한 규제’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시대적 해법을 통해 기업과 소상공인의 숨통을 열어주길 바란다. 또 향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유통산업의 포괄적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다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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