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시내 면세점 ‘배 가르기’ 중소 면세점은 어쩌나?
상태바
[기자 수첩] 시내 면세점 ‘배 가르기’ 중소 면세점은 어쩌나?
  • 한종훈 기자
  • 승인 2019.05.19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대기업 기준으로 서울 3개·인천 1개·광주 1개 등 5개의 신규 면세특허를 결정했다. 정부의 이번 시내 면세점 특허 목적은 소비와 관광산업 활성화 그리고 일자리 창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특히 현재 13개의 크고 작은 면세점이 있는 서울은 16개로 늘어난다. 현재 전국 시내 면세점 수가 총 26개인데 절반가량이 서울에 몰리는 셈이다.

이로 인해 ‘과열 경쟁’이 더 심해져 한화 갤러리아 면세점처럼 문을 닫는 곳이 또 생겨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인 한화 그룹이 운영하는 갤러리아 면세점은 3년간 10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달 특허 반납을 결정했다.

몇 해 전만 해도 면세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며 신사업으로 각광받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기업들은 면세점 특허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들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내 면세점의 호황기는 2017년 사드 사태로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단체 관광객이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들의 반자리를 보따리상들이 채웠다. 매출이 급해진 면세점들은 너도 나도 송객 수수료를 지불하며 보따리상 유치전에 나섰다. 현재 면세점 절반 이상이 보따리상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의 이러한 노력(?)에 올해 들어 면세점 매출은 매달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매출의 20~40%가 송객 수수료 등으로 빠져 나가기에 면세업계를 두고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의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와 관련해 중소 면세점의 타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면세점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이 매장 수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기업 면세점 역시 시장 점유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 면세점 매장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결과적으로 중소 업체는 대기업 면세점의 확장싸움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으로 매출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현 상태에서도 현대·두타·SM·동화면세점 등은 적자가 쌓여만 가고 있다. 현대는 반 년 만에 650억원 적자를 냈다. SM·두타·동화면세점은 3년 만에 400억~700억대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부 방침과 관련 한 중소 면세점 관계자는 “송객수수료 전쟁이 더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시내 면세점 수를 늘리기로 결정한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다는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