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부거래 유혹 떨치지 못하는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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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부거래 유혹 떨치지 못하는 건설업계
  • 전기룡 기자
  • 승인 2019.05.13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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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건설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지만 건설사는 여전히 본업에 집중하는 못하고 있다. 남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줘야 하는 건설사가 자신의 보금자리 지키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부단한 내부거래를 자행해왔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주택경기 긴급 진단 연구’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속해서 5% 이상 감소해 왔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2018년 3분기에 건설투자가 전분기 대비 8.9% 급감했으며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도 각각 5.9%, 7.4% 감소했다. 건설투자가 3분기 연속 5% 이상 하락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일까. 많은 건설사는 회사의 이익이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거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흔히 대형 건설사라 불리는 곳에서는 BI나 CI를 변경하고, 새로운 주거 플랫폼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반해, 중견 혹은 중소 건설사에서는 당장의 이익이 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은 전체 업종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내부거래 금액을 기록했다. 건설업의 내부거래 금액은 14조6000억원로, 이보다 금액이 큰 업종은 코크스·연탄·석유정제품 제조업(28조9000억원)과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18조3000억원) 뿐이다.

또한 해당 보고서에는 중흥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이 27.4%란 내용도 담겨 있다. 중흥건설 계열사 가운데서도 중흥토건의 내부거래 비중이 특히 더 높았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물론 중흥토건의 내부거래가 한창 활발했던 2014년(98.71%)보다는 낮은 수준이겠지만, 중흥건설은 중흥토건 덕에 대기업집단 중 내부거래 비중 3위라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다.

모기업에 의존적인 건설사에서도 내부거래 비중은 높게 나타난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건설부문에서 매출액 1조439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6772억원(64.87%)이 내부거래 수익이다. 신세계건설이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임대주택 브랜드 ‘빌리브’에 귀추가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KCC건설도 아직 전체 매출의 10.72%(1140억원)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쌓고 있다. 앞서 KCC건설은 2017년도 기준 22.68%(3008억원)의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한 바 있다.

건설업은 업권의 특성상 대내외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까지 내부거래를 다른 업종에 비해 쉬쉬해왔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다는 지금까지 내부거래를 통한 현상 유지를 기대하면 안 된다. 단순히 실적 방어를 위한 내부거래를 이제는 놓아줄 때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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