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 목숨에 정치는 잠시 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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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 목숨에 정치는 잠시 접자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5.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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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동양 유학 경전인 서경에 인간의 다섯가지 복(福)이 나온다. 壽(수)·富(부)·康寧(강녕)·攸好德(유호덕)·考終命(고종명)이다. 이 중 두 번째 복은 재물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먹는 복도 포함한다. 기자는 넘쳐나는 맛집들 중 어디를 가야 할지를 두고 매일 행복한 고민을 한다. 한국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오복 중 하나를 누리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지만 북한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하고, 긴급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136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 직후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화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했다고 한다. 청와대 발표를 두고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백악관도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을 포함해 쌀 차관 형식이나 무상 지원 방식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두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해주면 북한은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쓰는 돈을 핵무기 생산에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동해상에 수발 발사하며 무력 도발을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시각이다. 정치적 문제를 생각한다면 무력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을 해주는 정부는 비정상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먹는 문제는 생존의 문제다. 감성은 이성을 이긴다는 SNS상의 우스겟소리가 있지만 생존은 감성과 이성을 떠나 최우선이 돼야 한다.

게다가 한미 정상이 대북 식량 지원을 통해 한미 간 비핵화 공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또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의 물꼬를 틀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북 식량 지원은 긍정적이다. 물론 인도적 식량지원 이후 이를 통해 북한을 협상의 테이블로 어떻게 하면 부를 수 있을지, 또 테이블에서 북한과 마주한다면 무엇을 논의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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