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컴백’… 이상득 ‘굳건’… 정두언 ‘부활’… 정몽준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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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컴백’… 이상득 ‘굳건’… 정두언 ‘부활’… 정몽준 ‘꿈틀’
  • 서태석 기자
  • 승인 2009.02.16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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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친이계 ‘MB맨’들 전투 태세로 친박 압박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4월 재·보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내 권력구도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친이계 의원들의 행보가 수상쩍다.

최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은 바로 정두언. 정 의원의 향후 역할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인 정 의원은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릴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지만, 지난해 ‘55인 공천 파동’과 ‘권력 사유화’ 논란을 주도하다 동력을 잃고 침묵을 지켜왔다.

그랬던 정 의원이 지난 연말 당내 국민소통위원장을 맡으면서 조금씩 보폭을 넓히더니, 지난 6일에는 청와대에서 모처럼 이 대통령과 독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 암중모색의 시간을 보낸 정 의원이 잠행을 끝내는 순간이 온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2년차 구상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 후 역할을 정 의원과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정 의원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드디어 회복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특히 일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에는 중국 베이징에 체류 중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만나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자신에 뒤를 이어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태근 의원과 함께였다.


여기저기서 제휴 움직임… 친박계 견제한다
역할 분담 사실상 완료… 권력구도 재편중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64번째 생일을 맞아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실크로드 지역을 탐방, 통일된 이후 동북아에서의 한반도 역할 등을 구상한 뒤 9일 베이징으로 돌아왔으며, 여장을 푼 뒤 바로 정 의원 일행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독대한 정두언 의원이 사흘 뒤 중국 베이징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만나 집권 2년차 구상 등 이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고 이날 보도했는데, 이 자리에서 정두언·정태근 의원은 “귀국 후 곧바로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이 정권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연구해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는 이 대통령의 ‘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밀사’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번 베이징 방문은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 의원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신호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4월 재·보선과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앞두고 여권 내부가 급속한 권력 재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기류 변화의 핵심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그동안 소원한 관계였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두원 의원의 ‘전략적 제휴’ 여부다. 당협위원장 교체와 재보선 문제 등을 놓고 친박계와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친이계로서는 세 결집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

이상득 전 부의장이 친이계 의원 40여명과 함께 지난 8일 저녁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친박계를 견제하기 위해 정몽준 최고위원과 제휴할 것이라는 얘기도 곳곳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범 친이계의 전략적 연대가 가시화될 경우 당은 정몽준 최고위원이 중심 역할을 하고, 정국 전체의 방향을 이끌고 갈 외곽 포스트의 역할은 이 전 최고위원과 정 의원이, 물밑 조율과 계파 간 소통 역할은 이 전 부의장이 맡는 형태로 권력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다소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범친이계·정몽준 전략적 연대 가시화

실제 최근 한나라당 내 최대 계파인 친이계 내부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소(小)계파로 흘어져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느슨했던 친이계가 최근 들어 부쩍 세 결집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이 같은 기류 변화에는 친이계 내부의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계파집권 2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국발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까지 파급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친이계 내부의 결속력을 강화해 이명박 정부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범친이계 연대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은 얼마 전 “앞으로 100일이 국정을 판가름할 할 것”이라며 “나라가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당 지도부가 결정내는 대로 전원 참여해서 법안 통과에 뒷받침을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친이계가 아닌 정몽준 최고위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범 친이계가 정 최고위원과 전략적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보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박희태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놓을 경우 지난해 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친이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의 재보선 출마를 빌미로 친박계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거나, 낙선할 경우 친박계가 당권 장악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친이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으로서도 ‘55인 공천 항명 파동’ 등으로 그동안 소원했던 이 전 부의장과의 화해 분위기를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8일 회동도 친이재오계가 주축인 당내 연구 모임 ‘함께 내일로’가 마련한 행사였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시너지를 주고 시각이 다른 분들과는 적절한 긴장을 유지시켜야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며 “2월 국회와 4월 재·보선에서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재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상득 전 부의장과 정몽준 최고위원의 급속한 제휴 움직임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입장에서는 국내에 복귀하더라도 당장 당직을 비롯한 가시적인 직책을 맡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건은 안정적인 착근 여부다. 이에 따라 정 최고위원이 당내 지분을 확대해나간다는 게 달가울 리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정 최고위원은 이미 입당 때부터 범 친이계가 아니었느냐”며 “이 전 최고위원은 귀국 후에도 당분간 백의종군할 것이라는 본인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몽준 싱크탱크 출범…외연확대 본격 시동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의 최근 움직임도 그래서 수상하다. 정책 개발과 콘텐츠 강화를 위해 그동안 그가 준비해온 연구소인 ‘해밀을 찾는 소망’은 지난 6일 공식 출범했다.

정 최고위원은 경제 위기 극복과 정치 발전을 기치로 내걸고 이날 여의도 한서빌딩 4층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개소식을 가진 데 이어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개소식에는 정 최고위원의 최근 높아진 당내 위상을 반영하듯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안경률 사무총장, 송광호 최고위원, 정두언 의원 등 당 지도부 및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지자들도 300여명이나 몰려 성황을 이뤘다.

정 최고위원의 싱크탱크 격인 이 연구소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병택 전 주도미니카 대사와 정태용 전 국방장관 보좌관, 홍윤오 전 홍보특보 등이 주축이 돼 운영된다.

이 연구소는 경제위기 극복 방안과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국회 입법활동 및 정부 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각종 관련 자료 수집 활동을 벌일 것이라는 게 정 최고위원 측의 설명이다.

이 연구소는 우선 정치·행정, 외교·통일·국방, 경제 등 세 분야로 나눠 분야별 학자와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정기적인 세미나와 정책 제언의 장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자문위원단에는 김용호 교수를 비롯해 이화여대 박준영, 연세대 정갑영, 서강대 김경환, 부산대 한창길, 목포대 박종두, 울산대 김재홍, 충남대 신희권, 홍익대 이원흠 교수, 함재봉 미국 랜드(RAND) 연구소 수석정치학자,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 등 30여명이 참여 중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정책 이미지 강화’행보를 두고 차기 대권 행보를 위한 외연 확대를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국내외적 인지도에 더해 ‘정책통 이미지’까지 보유한 명실상부한 대권 주자로서의 면모를 집중 부각시키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당내 기반이 취약한 정 최고위원이 각종 연구소와 싱크탱크를 세 확산의 교두보나 거점으로 삼기 위한 사전 정직 작업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정책 강화를 위한 싱크탱크로 삼는 동시에 차기 대권을 대권 베이스 캠프로 활용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정책연구소 설립은 대권 행보와는 무관하다며 순수한 정책 활동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개소식 인사말을 통해 “우리 정치인들이 정쟁에 매달리는데는 물론 다 이유가 있겠지만, 정책을 수립해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우리 정치인도 조금은 순진해질 필요가 있다”고 세간의 추측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차기 대권을 위한 베이스캠프라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해밀’과는 별도로 자신의 사재를 털어 설립한 기존의 정책연구소인 ‘아산 정책 연구원’을 대폭 확대해 외교 안보, 대북 정책 등을 집중 연구할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지난 달 19일 제주에서 ‘국가발전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역할 정립’이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향후 전국을 순회하며 지방분권화와 국토균형개발에 대한 토론회와 간담회도 수시로 개최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뭘까
靑 “정두언 밀사설, 확대·와전됐다”
정태근 "베이징서 이재오와 경제위기 대화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두원 등 두 사람이 당분간 정치 일선에 나서기 보다는 스스로 물밑 역할을 찾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을 제기한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통령이 이 전 최고위원, 정 의원에 대해 본격적인 신뢰를 회복했다기 보다는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인 두 사람을 방치하는 것이 국정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친박계와의 본격적인 투쟁에 앞서서 집안 정리에 나선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장은 전면에 나서기가 어려운 만큼 가시적인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지만, 두 사람이 당내 역학관계 중심에 서 있는 것만큼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 친이계의 한 의원은 “정 의원은 MB정부를 만든 공신 중 공신인 만큼 MB 정부의 성공에 있어서도 책임을 지고 제 역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정권 성공에 기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당연히 본인이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을 중국으로 보내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게 정국운영 구상을 전달케 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 “내용이 확대되서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청와대에 자주 오는 편”이라고 전제한 뒤 “정 의원 본인이 해명하겠지만 (당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얘기할 개재가 아니었던 것 같다. 정확한 대화 내용은 이 대통령과 정 의원 사이에서만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보도에 보면 (정 의원이) 엄청난 밀사 역할을 한 것처럼 나왔더라”며 “아마 국회 입법 문제 등에 대해 정 의원이 상황을 보고하고 이 대통령이 ‘당에서 열심히 챙겨달라’는 정도로 말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의원의 중국행이 대통령 독대와는 별개의 사안이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고 돌아온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도 12일 “정기국회 관련 상황과 경제 위기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동행한 정두언 의원이 이재오 전 의원에 대한 청와대의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정두언 의원이 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베이징에서는 전혀 청와대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정두언 의원으로부터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으며 오늘 조간 신문을 보고 내용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의원을 만난 배경에 대해 “이재오 전 의원에게 부담을 줄까봐 그동안 안 만났지만 이번에 한번 만나자 해서 정두언 의원과 2주 전 부터 베이징 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의원과 오간 구체적인 대화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전 의원은 정기국회, 경제위기와 관련한 얘기 외에 요즘에 책을 쓰고 있고 북경에서 기자간담회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전 의원과 만난 시점에 대해 그는 “9일 오전 8시 30분께 우리가 숙박한 베이징 호텔 식당에서 만났고 10시 조금 못된 시간에 헤어졌으니 2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박근혜 “친이계 결집,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2일 최근 범친이계의 결집 움직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범친이계의 결집이 친박계에 대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무슨 질문이냐”고 반문한 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서 무슨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으로 “우리가 뭐 하는 것이 있나요?”라고 차분히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태석 기자 <seo@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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