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고’ 이재오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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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고’ 이재오 ‘뜬다’
  • 박미선 기자
  • 승인 2009.01.28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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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귀국하면 권력구도는?

[매일일보=박미선 기자] 홍준표가 지고, 이재오가 뜬다?

연말연시 법안전쟁의 최선두에서 한나라당을 이끌었던 원내사령탑 홍준표 원내대표의 최근 행동이 심상치 않다.

‘1.19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의 일방통행과 여당무시행동에 독설을 퍼붓는가 하면, 용산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당론과 정면으로 반하는 얘기들을 쏟아내면서 ‘마이 웨이’를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3월께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의 향후 행보와 당내 권력구도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왕따 당한 홍준표의 ‘침묵’ 언제까지… 당내 일각 “2월 입법처리 후 사퇴”
개각 뒤 청와대 향한 당의 불만 고조… 이재오 여권 구심점 역할 나설 듯


지난 22일.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의 책임 소재를 놓고 ‘김석기 무한 책임론’을 주장하다가 당 회의에서 배제됐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하루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식석상에 복귀했지만 회의 시간 내내 눈을 감은 채 침묵을 지키는 등 여전히 침통한 모습이었다.

지난 20일 사건 발생 직후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퇴진론을 주장하면서 당 지도부와 이견을 표출했던 홍 원내대표는 이튿날 실무 당직자 회의 참석 대상에서 제외돼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당 사무처는 이날 회의가 실무자급 회의인 만큼 참석 대상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 부분에서 “어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국민에게 진상을 알리는데 도움이 됐다”며 “전문적인 (시위)꾼들인 전국철거민연합의 역할이 국민에게 처음 부각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홍 원내대표의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홍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입 가지고 두 말을 하겠느냐”고 말해 이 같은 추측을 일축했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선 진상규명, 후 문책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거듭 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외감을 느낀 홍 원내대표가 입을 다문 것이 아니냐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도 김 청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청와대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결국에는 홍 원내대표의 주장이 관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홍준표 2월 퇴진한다? = 청와대의 개각인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사전 조율은 커녕, 사후통보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배제되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언제부터 여당이 이랬느냐.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나가고, 여당이 끌려가고 있다”며 청와대의 일방통행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안경률 사무총장을 향해 “당과 청와대 간 교량 역할을 하는 사무총장이 역할을 똑바로 하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미 당 일각에서는 이번 개각을 “FAX로 통보받은 개각”이라며 힐난하는 등 이번 개각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2월 입법전쟁에 누가 총대를 메려 하겠느냐는 탄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홍준표 원내대표가 2월에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모의원은 22일 “홍준표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스스로 그만 둘 것 같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관계자도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월에 사퇴하느냐’는 질문에 “법안이 끝나면 그만 두지 않겠느냐”며 홍 원내대표 ‘2월 사퇴’를 인정했다. 관계자는 그러나 ‘1.19개각으로 홍 원내대표의 불만이 상당한 상태에서 사의표명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국회사태 때 법안전쟁을 마무리 짓고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혀왔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도 “1.19개각과 관련해 홍 원내대표가 기분 나쁜 것은 확실하다”고 말한 뒤 “그래도 2월 법안까지는 끝내고 그만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홍 원내대표는 22일 ‘2월 사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기자의 물음에 “지금은 아니”라며 이 같은 사실을 일축했다.

◇ 이재오 3월 귀국 유력 = 한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3월께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의 향후 행보와 당내 권력구도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만나고 돌아온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20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국가를 위하는 일이라면 동네 골목길도 청소하겠다는 사람”이라며 그가 어떤 역할이라도 맡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현재 중국 베이징대와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공동추진하는 ‘동북아 통일한국의 위상’ 연구에 연구담당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한달 정도 머문 뒤 귀국할 예정이다. 여권은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 후 휴식기를 갖고 내각 입각 또는 서울 은평을 재보선 출마 등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가 당 출신 정치인이 배제된 1.19개각 이후 청와대에 대한 당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 후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갈등이 고조되고 친이계 권력투쟁이 전개돼 친이계 좌장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암중모색 후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이번 소폭 개각 이후 6월경 국무총리를 포함한 대폭 개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 전 최고위원의 입각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전 최고위원이 입각 대신 재보선 출마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게 거론되고 있다.

친이계 한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이재오 전 의원은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목을 빼고 기다리는 체질이 아니”라며 “본인도 정치 아니면 할 게 없으니 아마 10월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조기 귀국 의사를 밝힘에 따라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이나 청와대 요직을 맡아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면 이 전 최고위원과 불편한 관계인 친박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친이계는 당내 주류 세력이긴 하지만 마땅한 구심점이 없어 다소 느슨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이 전 최고위원이 계파를 다시 장악한다면 친박계와의 긴장이 증폭될 수 밖에 없고,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직접 친박계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미선 기자 <park@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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