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체감경기 바닥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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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 체감경기 바닥 드러난다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9.01.28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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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올 상반기 최악의 위기 직면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한국경제가 올 상반기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상반기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되면서 사상 최악으로 예고됐던 경제 한파가 속속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체감경기와 맞물려 돌아가는 고용·소비 부문마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여 3~4월에 최악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작년 4분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003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져 각종 경제지표가 최악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성장률도 -2.6%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돼 한국경제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성장률 환란 이후 최악 전기比 -5.6%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대부분 경제지표 최악 기록
경기부양 효과 늦어 생산·소비-내수·수출 ‘이중고’
일자리·취업난·비정규직 98년 환란 당시보다 심각


작년 4분기 성장률을 보면 우리 경제는 환란 이후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증가율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여기에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대부분의 지표가 최악을 나타내면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5.6%로 급락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08년 4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에 따르면 4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5.6% 추락했고,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3.4% 감소했다.

작년 4분기 성장률 -5.6%
외환위기 이후 최악


전기 대비 성장률 -5.6%는 -7.8%를 기록한 지난 98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특히 한은이 지난해 12월 예측한 -1.6%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간 데다 수출·투자·소비 경기 모두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악화하면서 경기가 당초 전망치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2.5%로 전년(5.0%)보다 절반으로 떨어져 98년(-6.9%)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무선통신기기 등 주력 업종의 지난해 수출 부진으로 인해 전체 수출이 전기보다 11.9% 감소해 197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악의 감소율을 보였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민간 소비지출도 전기 대비 4.8%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기계류 투자를 중심으로 전기보다 16.1% 감소했다.

침체의 늪에 빠진 건설투자도 전기 대비 4.0% 줄었고 감산에 들어간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부진으로 전기보다 12.0%나 위축된 것으로 집계됐다.

3~4월 최대 위기 맞을 듯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제시한 ‘2009년 수정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올해 상반기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10~12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실물경제 위기가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KDI는 올해 상반기 민간 소비는 -3.2%(이하 전년 동기 대비), 총고정투자는 -6.0%로 각각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비투자 하락 전망치는 무려 -15.2%에 달했다.

KDI는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임에 따라 생산과 소비, 내수와 수출이 함께 위축되는 ‘이중 고통’에 직면해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올해 상반기 성장률을 2.1%로 예상했다. 그런데도 -2.6%의 충격적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1.0~2.2%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KDI는 정부의 재정지출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는 하반기에 들어서면 성장률이 3.8%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경색이 하반기에 완화되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내수 급락 현상을 방어해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기만 성장률이 상반기에 떨어지고 하반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형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 한국의 수출이 늘어나고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가 제대로 발현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안고 있어 그마저도 불확실하다.

KDI 이재준 연구위원은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과 이에 따른 수출 감소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하게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잔뜩 흐리고 곳곳 눈보라” 전망

정부의 예측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물침체 충격이 고용 등 실생활 측면에서 가시화하는 3~4월에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근 민생안정 차관회의에서 “실물경제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기상도로 설명하면 잔뜩 흐리고 곳곳에 눈보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비관적인 전망을 밝히는 것은 상반기가 계절적으로 취업난이 극심해지는 시기인데다 일자리 감소 현상이 최근 시차를 두고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97년의 경우 4분기 성장률이 -0.4%로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98년 1분기부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실업자수는 97년 4분기 57만여명에서 98년 1분기에 121만여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환란 시기를 되돌아보면 상반기 소비위축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을 낳는다. 대표적인 경기후행지수로 꼽히는 소비재판매액 지수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97년 4분기 75.5에서 이듬해 1분기 65.4로 13.4%나 감소해 ‘눈보라 전망’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비정규직이 많아지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거의 없었던 외환위기 때보다 고용 측면에서 오히려 더욱 불안하다”고 분석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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