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굴욕에 고개숙인 ‘허창수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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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굴욕에 고개숙인 ‘허창수號’
  • 이광용 기가
  • 승인 2008.11.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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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드리운 먹구름 언제 걷히나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GS그룹에 잇따라 먹구름이 드리워져 좀처럼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허창수 회장도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암행하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서열 6위라는 그룹 규모에 걸맞지 않게 잇단 악재와 분쟁에 휘말려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몸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GS는 최근 잇단 굴욕에 시달리고 있다. 고객정보유출로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 컨소시엄을 입찰 사흘을 앞두고 파기해 시장에서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1000억원 넘게 지출한 것으로 알려진 그룹의 ‘GS로고’가 ‘짝퉁’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고, GS홈쇼핑 도메인은 등록연장을 하지 않아 중소기업에 사용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분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엔 여수에서 벌일 사회공헌사업에 암초가 걸리고 있고, 제주도에선 LPG저장시설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LG그룹에서 빠져나온 GS가 허창수 회장 중심의 확고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LG그룹서 분리후 잇따른 분쟁으로 구설수 오르고
고객정보유출에 대우조선 포기까지 “도를 넘었다”

GS그룹이 최근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GS칼텍스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 후폭풍이 가장 큰 이유다.
1100만명에 이르는 고객정보가 유출돼 “국내 굴지 기업의 고객정보 관리 시스템이 이처럼 허술할 수 있느냐”는 국민적 질타가 쏟아져 GS는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더군다나 정보 유출이 해커가 아닌 내부 직원의 고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GS는 이어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갑작스레 포스코와 결성했던 컨소시엄에서 탈퇴를 선언, “상도의를 저버린 허술한 M&A”라는 시장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LG그룹서 분리후 로고·도메인 분쟁으로 ‘망신’

최근 시장에선 GS그룹의 기업 관리능력에 고개를 내젓는 경우가 많다. GS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견기업들과의 분쟁도 그 하나다.

GS는 LG와 갈라서면서 새로운 CI를 도입했다. 2005년 GS는 이 CI를 알리기 위해 그룹 홍보에 매진했는데, 국민들의 뇌리에 ‘GS’가 자리잡을 즈음 한 중소기업이 그 로고를 보고 발끈했다.

GS는 미국 유명업체에 고안을 의뢰해 로고의 서체를 버라이너(Berliner) 영문 폰트로 대문자 S를 그대로 따서 썼다. 그 S자형 로고가 중견 무역업체인 삼이실업이 12년째 사용했던 것과 거의 비슷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GS의 S자 로고는 삼이실업이 사용하던 로고의 꼬리만 없어졌을 뿐 정확히 일치했다. 게다가 삼이실업이 로고를 특허청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GS는 특허등록에 문제가 없다며 강하게 받아쳤다.

특허청은 2005년 8월 GS그룹의 로고가 삼이실업의 기존 상표와 유사해 수요자들에게 오인과 혼동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상표등록을 거절했지만, 몇 달 후 이를 번복하고 GS의 로고를 인정해 줬다. 2006년 8월 삼이실업이 이의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GS는 이에 따라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마쳤으나 삼이실업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요청하면서 자신들의 로고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GS홈쇼핑도 일년 가까이 도메인 GS이숍닷컴(www.gseshop.com)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도메인은 유럽의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가 보유하고 있던 것을 GS이숍이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2006년 10월 GS홈쇼핑이 도메인 등록연장을 하지 않는 사이 온라인 업체인 군산네트웍스가 도메인을 획득하면서 분쟁의 빌미를 줬다.

GS이숍닷컴은 그동안 인터넷쇼핑몰 도메인으로 'www.gseshop.co.kr'을 사용해 오다가, 군산네트웍스가 확보한 'GSeshop.com' 도메인이 유사 도메인이라며 도메인분쟁조정기구(ICANN)에 조정을 의뢰해 해당 도메인의 소유권을 얻어냈다.

군산네트웍스는 그러나 이에 불복해 지난해 9월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 ㈜GS홀딩스를 상대로 ‘도메인 소유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군산테느웍스 측은 법원이 ‘GS’가 군산의 로마자 약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GSeshop.com’은 군산의 로마자 약자인 GS와 인터넷 쇼핑몰을 의미하는 eshop의 조합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군산의 여러 홈페이지들은 GS를 군산의 약어로 사용하고 있다고 군산네트웍스 측은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GS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로고 등과 관련한 분쟁들은 이미 행정심판을 통해 법적 판단이 다 끝난 상태여서 재고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사회공헌사업 “잘 안풀리네”

요즘엔 지방에서 추진하는 GS그룹의 사업들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수시에 1000억원대 규모의 공연장과 전시실, 휴식공간 등을 조성하는 사회공헌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여수시와 GS칼텍스는 여수시가 사업부지를 확보하고, 기반시설을 칼텍스가 조성하는 내용의 협약을 지난해 10월 체결했다.

양측은 여수시 망마산과 장도, 고락산 일대 257만여㎡ 가운데 일부를 전시·공연공간으로 조성하고 해안가에 휴식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부지매입에 제동이 걸려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양상이다. 여수엑스포 투자 등으로 비용 지출이 늘어난 여수시가 200억원 규모의 토지를 매입하는데 부담을 가져 GS칼텍스에 총 사업비 범위 내에서 부지확보를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수시의회에서도 부지매입 의결안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하며 안건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어 사업 추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여수시의회 기획자치위원회는 “GS칼텍스 사회공헌사업에 대한 기본계획만 가지고 정확한 부지매입비를 추정할 수 없기 때문에 마스터플랜이 확정되면 다시 검토하자”고 부지매입 의결안을 유보했다.

여수 사회공헌·제주 LPG 진출사업도 난항만 거듭
재계 “40여명 나눔경영은 ‘허창수 리더십’에 발목”


위원회는 아울러 “장도까지 개발할 경우 1000억원 가지고 되겠느냐.  더 들어갈 경우 여수시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여수시 경제투자유치담당관은 “공익사업 부지를 시가 매입하는 만큼 추후 개발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은 GS칼텍스가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시가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최근 2차 용역보고를 마친 GS칼텍스측은 오는 11월말께 마스터플랜을 완성할 계획이지만 여수시의회에서 안건을 유보함에 따라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GS칼텍스 측은 이에 대해 “여수시와의 협약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으며 시가 요구한 부지매입비 부담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LPG저장시설 건립도 반대여론에 ‘답보’

GS칼텍스가 제주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LPG시장 진입도 성사 여부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GS칼텍스는 최근 제주시 건입동 인근에 LPG 저장시설 건립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001년에도 900톤 규모의 저장시설 허가를 신청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와 공공 안전에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GS칼텍스 측은 제주시의 불허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 프로판 시장은 현재까지 SK에너지의 주도하에 있다. 

‘SK 독주’를 막기 위해 GS칼텍스는 시설물에 대한 안전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얻어 최근 건립동 주변 주민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저장시설은 2001년 추진했던 부지 인근으로 부탄 698톤, 프로판가스 300톤 등 총 998톤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문제가 간단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당초 건입동 마을이사회는 마을총회를 열어 GS칼텍스의 추진 방안에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GS칼텍스가 들어오면 가격경쟁을 유도해 LPG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PG 저장 규모가 5∼6일치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민 동의를 이끌어냈다. GS칼텍스는 저장시성이 설치될 경우 마을에 경제적 지원도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이 최근 엇갈리고 있다. 주민들 일부에서 마을회 총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LPG저장시설 반대추진위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참여가 전면 배제된 마을 임시총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반대추진위는 건입동 마을 임원 30명에 대한 불신임 서명운동과 주민들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총회 결의에 대한 무효소송 제기 등의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반대추진위는 3000명의 서명을 받아 마을회 회의에서 결정된 저장시설 건립 찬성 의견이 대다수 주민들의 의사와는 다르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반대운동이 경쟁업계와 결탁해 이뤄지는 것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주민들 의사와는 달리 외부 세력이 주민등록을 옮기고 반대여론을 확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들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지자체 허가를 얻기까지 과정이 험난해 GS의 LPG 진출 사업이 무난히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허 회장 취약한 지분구조 때문인가

연이어 악재가 겹치기 때문일까. 요즘 허창수 회장은 외부 노출을 삼간 채 안갯 속 행보를 하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전에서는 공개석상에서 인수 의사를 강하게 피력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갔지만 컨소시엄에서 빠져나온 이후로는 예의 ‘운둔형’으로 돌아간 모습니다.

GS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었으며 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 유통, 건설 부문을 다시 추스르고 있다”면서 “허창수 회장은 요즘 매일 출근해서,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한 스타일로 업무를 보신다”고 전했다.

GS그룹에서 허창수 회장은 보유지분 면에서 여타의 재벌총수보다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형제들을 비롯한 친인척들이 나눠서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1인 지배체제’가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허 회장 일가는 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 지분의 46.45%를 갖고 있다. 타 기업집단에 비해 적지 않은 비율이다. 하지만 이를 친인척 44명이 나눠서 갖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4.77%의 GS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사촌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2.41%)과 삼촌 허승조 GS리테일 회장(2.44%),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회장(1.94%,), 허태수 GS홈쇼핑 사장(2.03%, 5남), 허진수 GS칼텍스 사장(1.98%, 3남) 등 수십명이 지분을 쪼개고 있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재계 인사들 가운데서는 그룹의 중차대한 의사결정에서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허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타기업의 총수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어려운 시기에 가족경영의 수장으로서 위기국면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허 회장의 리더십에 재계의 눈길이 쏠려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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