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재오-박근혜’는 30년에 걸친 악연으로 엮여있다. 그래서 이들의 경쟁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전 의원의 사퇴는 그러나 백기를 든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박 전 대표에게 ‘공’을 넘겨 “당과 정권 창출이란 목표에 백의종군하라”고 역공을 날렸다.
그에 앞서 대선 고지 선점을 위한 당 대표 경선 역학구도도 돌이켜볼만 하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지원했고, 박 전 대표는 강재섭 대표의 당선을 도왔다.
사실상의 대리전 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들은 씻을 수 없는 악연으로 맞섰는데, 경선에서 강 대표가 승리하고도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서 등을 돌려 싸움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1979년 이 전 의원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박 전 대표는 새마을봉사단 총재였다. 이 전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표의 큼지막한 방생기념탑과 그 옆에 있던 안동댐 건설공사를 하다 숨진 인부들의 위령탑을 본 자리에서 “이것이 유신독재의 실체”라고 일갈했다.
이 때문에 그는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악연의 두 주인공은 15대 의원으로 신한국당의 같은 식구로 다시 만났다.
2004년엔 당 연찬회에서 결국 감정 섞인 독설로 맞섰다. 이 전 의원이 “독재자의 딸”이라고 박 전 대표를 비난하자, 박 전 대표는 “신한국당의 뿌리가 3공, 5공인걸 모르고 입당했느냐”며 노골적인 반감을 뽑아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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