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분양’ 속타는데 대림만 ‘e-편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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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분양’ 속타는데 대림만 ‘e-편한세상’?
  • 황윤하 기자
  • 승인 2008.10.20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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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대림아파트 다중분양 사기 피해액만 355억원

[매일일보=황윤하 기자] 

입주를 앞두고 있던 안양 비산동 대림 ‘e-편안세상’ 아파트에서 ‘다중 분양’ 사기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아파트 조합을 결정한 후 계약금 및 중도금을 입금하고, 입주예정일을 한달 여 남겨 둔 지난 20일 사전점검 행사장에서 이중 계약 사실이 드러난 것. 경찰에 따르면 시행사인 새로본 건설의 자금담당부장으로 있던 조합장 김모(34)씨는 지난 2003년 조합을 설립해 2006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대림아파트 분양권을 비조합인 최아무개씨 등 73명에게 이중으로 매매, 210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양경찰서는 21일 조합장 김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했다. 이번 사건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물거품 될 위기에 처한 분양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만들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림아파트 조합장과 “시행사인 새로본 건설이 짜고 사기 행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나 몰라라’하는 태도로 방관해 왔다”고 주장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안양시 비산동 405-12번지에 위치한 희성촌 마을을 주택재개발사업을 통해 지하 2층, 지상 12~15층 10개동을 신축한 대림아파트 단지는 80㎡(24평형)~149㎡(45평형)등 총 486가구가 10월 23일 입주할 예정이었고, 분양가는 2억7000∼7억1000여만원이다.

지금까지 비상대책위원회에 등록된 피해사례를 보면 총 136세대이고, 피해액은 약 355억원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안양시청에 아파트 사용 승인을 요청했고, 시청은 정상적인 입주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시공사로서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모를 수 있냐”며, 증거 자료를 제시했고 대림 측에 이 사건을 묵인·방조한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대림산업은 수사 결과에 따라 법적인 절차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림산업 명의 계좌로 입금한 입주예정자에 대해서는 구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현실적으로 대림산업에 입금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반환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내 집 마련 계약금 5억원  한순간에 날리고 월세로

▲ <안양 비산동 대림 'e-편한세상' 아파트 전경>

비대위 측에 따르면 현재 이중분양으로 인한 피해유형은 대략 6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약 50:50 비율로 아파트 조합과 대림산업 계좌에 계약금과 중도금을 입금시킨 유형이 69세대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속출시켰다. 다음으로 ‘브로커’에게 입금시킨 유형이 21세대로 뒤를 이었다. 현재 브로커로 알려진 최모(54)씨는 잠적했다. 조합에 모두 입금시킨 유형은 총 17세대, 부동산과 계약해 입금시킨 유형은 13세대, 구속된 조합장의 통장으로 입금시킨 세대는 8명이다. 이밖에 시행사 새로본 건설에 입금시킨 세대가 4명, 나머지 세대의 경우 좀 더 복잡하게 사안이 얽혀있다.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최모 씨에 따르면 조합장의 사기행각은 치밀했다. 최씨는 지난 2004년 10월경 ‘임의계약자’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부동산을 찾았다. ‘임의계약자’는 원 조합원이 사정상 입주를 포기하고 조합에서 탈퇴했을 때 조합에서 임의로 모집하는 조합원을 말한다.

이런 점을 악용한 조합장 김씨는 다수의 임의계약자를 모집함으로써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게 했다. 우선 분양가보다 싼 매매가로 현혹시킨 다음 인근 부동산과 계약을 맺게 하고, 계약금은 조합 통장과 대림산업 계좌로 분할해서 입금시켰다. 이는 계약자들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나눠서 내도록 했던 것이다. 대부분 피해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 그 피해액만 약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브로커 최씨에게 돈을 입금시킨 경우도 피해자와 피해액이 상당하다. 피해를 입은 주부 김모 씨는 좁은 아파트에서 살다가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기를 원했는데, 최씨를 만나 사기를 당한 것이다. 김씨는 ‘병원장 부인이고, 딸과 사위도 의사라며 부유함을 내세운 최씨가 현 분양가보다 싸게 해줄 테니 매입하라’고 한 말에 현혹돼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입금했다. 그리고 시행사인 새로본 건설과 비산동 대립지역 주택조합의 직인이 찍힌 ‘완납확인서’를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5억원이 넘는 돈을 손해보고, 살던 집까지 팔아 현재는 월세에 살고 있다.

  비대위, “대림산업 대책 마련, 경찰 브로커 구속해야”

피해자들은 조합장과 시행사인 새로본 건설이 결탁해 사기행각을 벌였고, 대림산업이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 2일 대림산업 본사를 항의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지만 대림 측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을 들었다. 

대림산업은 자신들 또한 이 사건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대림산업 한 관계자는 “사건이 수사 중에 있지만, 책임은 대림아파트 조합과 새로본 건설에 있을 뿐 우리 역시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대림산업 명의 계좌로 계약금 및 중도금을 납부한 피해자들에게는 법적인 절차를 거쳐 구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주택조합장 김씨와 시행사 새로본 건설 대표 김씨를 구속하고 검찰로 송치시켰지만 브로커 최씨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브로커 최씨의 명백한 사기행각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구속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은 잠적했지만 꼭 찾아내서 그 죄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한편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듯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대림아파트 사기 분양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대림산업의 책임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 법률적, 도의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시청 등 관계기관, 시공사인 대림산업이 함께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장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황윤하 기자 <bluesky2157@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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