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시정연설에 대해 야권이 한 목소리로 맹비난을 퍼부었다.
민주 "李대통령 시정연설, 진정한 소통에 실패"
민주당은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진정한 소통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위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밝힌 경제·언론·교육·외교정책 등에 대한 입장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박 의원은 경제정책과 관련, "경제정책의 기조를 성장일변도에서 물가안정으로 전환키로 한 점은 늦었지만 다행이다"면서도 "경제기조를 180도 바꾸는데 기획재정부 장관은 교체하지 않고 있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경제난국에 대해 "작년부터 정부가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으나 현 정부는 성장에 집착한 정책에 몰입해 경제기초를 무너뜨리는 실책을 저질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폭등에 따른 국민고통을 국제시장 가격의 상승이라는 외부요인 탓으로만 돌리고 경제정책의 실패를 반성하는 내용을 시정연설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장은 국가균형발전정책과 관련, "공기업 민영화로 혁신도시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시정연설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추진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며 "국토균형발전의 가장 핵심 정책인 행복도시 추진도 빠져 있다.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 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터넷 언론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 정보의 순기능 대신 역기능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 언론 탄압의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며 "시정연설에서 '정보전염병(infodemics=information+epidemic)'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쇠고기 정국과 관련, "가축전염병 개정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며 "'쇠고기 문제'에서 대통령이 의도한 '법과 원칙'을 세우겠다면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 경찰청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공교육의 자율과 창의를 주장하면서 내놓은 '4․15 학교자율화조치'는 '공교육 포기조치'라는 지탄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육의 기회균등과 양극화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현재 완전히 닫혀버린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자세전환은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이행의 분명한 의지표명이 미흡하다"며 "6.15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은 협의사항이 아니라 실천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대국민사과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교체가 선행돼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상천, 최인기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8명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커녕 상황을 모면하려는 데만 급급했다"며 "대통령은 우선 국민들께 진솔하게 사과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체적 난국을 초래한 책임있는 인사들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며 "촛불 시민들을 진압한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구속자 석방 및 수배.출국금지 해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무리한 고환율 정책으로 엄청난 국고를 낭비하고 물가 인상을 부추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MBC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언론 장악에 앞장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해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총체적 위기국면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직시하면서, 비상한 각오로 국회 개원식에 임하고자 한다"며 "당장 금번 임시회 기간 중에는 국정조사, 긴급현안질문, 관련 법 개정 및 특위 활동, 헌법 소원 등을 통해 쇠고기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민생 안정 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국민과 야당의 요구를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만을 반복했다고 비난했다.
강형구 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위기를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자’고 시작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은 한마디로 위기를 증폭시키는 연설"이었다"며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이고, 국회가 국민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 했지만, 그의 주장은 여전히 국민과 야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었고, 오만과 독선의 자기 주장만을 거듭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강 부대변인은 "국민들은 재협상을 외치고 야당은 가축전염병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국민건강대책기구'로 동문서답을 했다"며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과 명박산성을 쌓고 불통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또,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우리는 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여전히 재벌중심의 시장만능주의를 버리지 않았고, 규제완화와 공공부문 민영화를 '규제개혁과 공기업 선진화'로 이름만 살짝 바꾼 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은 "구체적 내용이 없는 말의 잔치"라고 평가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스스로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가자면서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지 방향 제시도 없었다"며 "말 만으로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또 "오늘 대북 문제와 관련해 중대한 내용이 나올 것처럼 전망됐는데 실망스럽기만 하다"며 "과거 정권과 같이 국내 문제 타개 수단으로 밀실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한, "대통령 연설 계기로 여야 상생 모색해야"
반면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 관련, 여야 모두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은 국회를 국정파트너로 존중하고 대화정치를 실천하겠다며 상생 파트너십의 의지도 밝혔다"며 "국회도 상생의 자세로 책임있고 생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고 선진국 도약을 위해 '발전과 통합'이라는 국정운영의 의지를 선언했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를 높이 평가한다"며 "성장과 안정을 통한 경제살리기, 서민과 약자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고통받는 국민의 아픔을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