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가 모두 이명박 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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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가 모두 이명박 땅인가?”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8.06.1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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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컨테이너’로 ‘소통’하는 ‘그’…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데, 대한민국 정부의 시계는 70년대로…

컨테이너가 시민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최봉석

[매일일보닷컴] 확실하게 알았다. 위대하신 이명박 대통령이 외친 ‘소통’의 진짜 뜻을 말이다. 이번 컨테이너 사건을 바라보고 확실히 느꼈다. 이 대통령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미국산 미친 ‘소’가 한국으로 ‘통’하게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6월 항쟁 21주년, 그것도 국가기념일에 이 대통령은 컨테이너를 광화문 앞에 하늘 높이 쌓아 올렸다. 역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축성술’이 IT 지식기반 중심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축성술이라는 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당대 학자들의 연구와 치밀한 계획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 대통령이 진두지휘 중인 이번 광화문 컨테이너 축성술은 나름대로 건축사적 의의가 깊다. ‘건축의 美’의 진짜 속내는 청와대로 향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확실히 닫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친 셈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며 그를 -본인은 듣기 짜증나시겠지만 - ‘칠뜨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들을 오히려 광화문 사거리로 집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촛불소녀들을 배후세력으로 몰아세웠고, 분노한 시민들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조용히 관망하던 시민들은 ‘이웃사촌’이 군홧발에 얻어 터지는 장면을 보며 ‘거리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분명컨대, 이 대통령은 이번 ‘컨테이너 사건’으로 분노한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에 더욱 불을 질렀다. 언론에서 100만 명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상 50만 명 정도만 모일 것이라는 게 주최 측의 분석이었는데, 이 대통령의 ‘컨테이너 헛발질’은 100만 명이 진짜로 한 자리에 집결하게 될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화문 ‘컨테이너 쌓기’는 국민에게 또 하나의 역사적 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동안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시민들은 ‘컨테이너 장막 앞에서 꼭 사진을 찍고 싶다’며 거리로 나갈 것을 다짐하는 분위기다.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100만 대국민 행동’의 일등공신이자 주동자는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생 시위와 집회에 참석해본 사람들도 ‘꼭’ ‘반드시’ 역사의 현장인 광화문으로 나가게끔 만들고 있기 때문이란다.

긍정적으로 일단 해석해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오히려 축제의 공간을 손수 마련해주신 셈이다.

한 누리꾼이 ‘컨테이너’를 쌓아 놓은 모양을 사진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40피트(긴 것) 3(폭)x2(높이)x2(두께), 20피트(짧은 것) 2~3(폭)x2(높이)x2(두께)로 구성돼 있다.

그럴 경우 면적은 긴 것의 경우 전면이 57평, 상부가 54평이다. 짧은 것은 전면이 28.5평, 상부가 27평이다. 이런 것들이 세종로, 안국동, 경복궁에 널려 있는 상황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6.10 항쟁 기념일에 펼쳐지는 촛불문화제를 위해 ‘진정한’ 문화 축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는 예리한(?)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로 서글픈’ 상황이다.

예술을 좋아하는 전국의 그라피티(graffiti: 벽이나 화면에 낙서처럼 긁어서 그리거나 페인트를 분무기로 내뿜어서 그리는 그림) 마니아들은 오늘 한 자리에 모여 예술행위를 시민들에게 선사하면 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컨테이너 위 54평을 족구장으로 사용해도 될 듯 싶다.

우스개 소리로 말한 것이지만, 국민은 컨테이너를 바라보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있다. 컨테이너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시민은 없다.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가 그렇게 겁이 나느냐”는 것이다. 오금이 저려서 컨테이너로 시민들의 외침과 발걸음을 막지 않으면 그렇게 불안하냐는 것이다.

국민의 냉소는 계속 이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로에 땅투기를 했을까?’ 라는 질문부터 ‘세종로에 또 위장전입을 했느냐’는 풍자적 질문도 나온다. 시민들을 가로 막고, 길거리에 말뚝을 박는 것에 대한 어이없음이 시민들 사이에 ‘뒷담화’로 회자되고 있다.

전경차(호송차)로도 부족해, 컨테이너로 청와대 가는 길을 막았다는 뜻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국민 무서워서’ 외출조차 못하고 있다는 뜻을 반증한다. 시쳇말로 ‘내가 사는 집을 때려 부술까봐’ 길을 가로 막고 꽁무니만 빼고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우리민족이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황당한 꼴을 당해야 하나? 이순신 장군이 단단히 화가 낫겠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의심마저 자꾸 든다. 왜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것도 아닌 ‘컨테이너’를 광화문에 가져다 놓았을까. 혹시 ‘국민이 싫다면 하지 않겠다’던 대운하 종점이 ‘광화문’이기 때문일까? 앞으로 수입물동량은 광화문 수로터미널에서 내려지게 되는 것일까? 마치 오늘처럼 말이다.

대운하 및 경복궁은 앞으로 CY(컨테이너야드)로 쓰이게 될 것이라는 암시가 아닐까. 물론 기우겠지만 워낙 현 정부가 하는 일이 ‘생뚱맞아서’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래야 안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머리 속이 복잡한’ 시민들의 오늘 고민은 한 가지로 집중된다. “컨테이너를 도대체 어떻게 ‘평화적으로’ 사용해야 할까?”다. 한 시민은 야외극장 스크린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살아온 길을 보여주자고 얘기한다. 좋은 제안이다. 이 대통령이 제발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두고 설마 폭력시위라고 하진 않을테니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80% 이상의 국민이 냉소를 보내고 있다. 컨테이너 사건으로 90%로 늘어났을 가능성도 높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데, 대한민국 정부의 시계는 70년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오늘 하루 내내, 대한민국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아마 오늘 세종로 컨테이너로 인해 업무와 관련, 직간접적으로 피해(손해)를 본 사람들은 경찰청과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지도 모른다. 물론 가처분 신청도.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에게 하나 물어보자. 전경차(호송차)로도 안되고, 컨테이너로도 국민의 목소리를 막지 못할 경우, 다음에는 무엇을 그 자리에 갖다 놓을 계획인가? 혹시 탱크라도 갖다 놓을 계획이신가?

하나만 더 질문하자. 시민들이 앞으로 광화문이 아니라 서울역, 시청 등 다양한 곳에서 집회를 할 경우 그럴 때마다 모두다 컨테이너로 가로 막을 것인가? 꼭 대답해달라. 궁금해 미쳐버릴 것 같다.

어찌됐든 컨테이너 신공으로 하룻 밤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으신 각하를 온 국민이 잠시나마 과소평가한 것 같아서 죄송하다. 이 대통령 힘내시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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