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전 무죄 협박 처음 경험" 김경수 2심 재판부 이례적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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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전 무죄 협박 처음 경험" 김경수 2심 재판부 이례적 고백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3.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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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무죄 압박에 "법정 모독 재판 무시" 직격탄/ "하나하나에 상처받아...언제든 기피신청하라"
드루킹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19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돌아가는 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재판에서 재판부가 재판 시작 전 결과를 예단하는 것과 관련해 “재판 시작도 전에 무죄로 하라는 협박 같다”는 이례적 입장표명에 나섰다.

김 지사의 항소심 첫 재판을 연 차문호 부장판사는 19일 재판 시작 전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향후 공정한 재판을 위해 부득이하게 말한다”며 “항소심 접수 이후 재판 시작도 전에 완전히 서로 다른 재판 결과가 당연히 예상되고, 그런 결과는 재판부 경력 때문이라면서 재판부를 비난하고 벌써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차 부장판사는 “재판을 해오는 과정에서 이런 관행은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며 “어느 경우더라도 이 법정이 아닌 법정 밖 비난과 예단은 무죄 추정을 받는 피고인의 무죄를 예단하거나 엄벌하라는 압박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또 “유죄든 무죄든 상관없으니 무죄로 하라는 협박 같아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무죄 추정 원칙을 받으며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피고인 입장을 폄훼하는 것이며 인생을 결정짓는 재판을 앞두고 몸부림치는 피고인을 매우 불안하고 위태하게 만들고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고 재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차 부장판사의 이 같은 발언은 김 지사 공판을 둘러싸고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공정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 배당 결과가 알려지자 여권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차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것을 이유로 부적절한 배당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 지사가 1심에서 법정구속되자 여권과 지지자들은 연일 재판 불복성 발언을 쏟아내면 1심 재판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차 부장판사는 불공정 재판이 우려되는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라며 “(1심에서) 피고인이 거부하거나 피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저도 법관이기 앞서 부족한 사람이라 하나하나에 상처받고 평점심을 잃기도 한다”며 “그런데도 이 사건에서 어떤 예단도 갖지 않고 공정성을 전혀 잃지 않고 재판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이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에 불구속 재판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유무죄를 떠나 김 지사의 법정구속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현직 도지사가 법정에 구속되는 사례가 매우 이례적이며, 김 지사의 부재가 가져올 큰 타격과 도민의 피해를 헤아려주시길 간곡히 요청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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