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왼손잡이가 홀대 받는 유일한 스포츠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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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왼손잡이가 홀대 받는 유일한 스포츠 골프
  • 한종훈 기자
  • 승인 2019.03.18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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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스포츠에서 왼손잡이는 여러 종목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야구의 경우 왼손 타자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하는 데 있어 더 오래 공을 볼 수 있다. 1루까지의 거리도 오른손 타자에 비해 짧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낸 양준혁과 이승엽 그리고 지난해 타격왕 김현수와 홈런왕 김재환도 모두 왼손 타자다. 뿐만 아니라 희소성 때문에 좌완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말도 있다. 이밖에 배구나 농구 그리고 핸드볼 등 다른 스포츠에서도 왼손을 사용한다고 해서 손해 보는 경우는 없다.

반면 골프는 조금 다른 듯하다.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필 미켈슨과 버바 왓슨 등 유명 스타가 있기는 하지만 유독 왼손잡이가 홀대를 받고 있다.

왼손잡이는 골프 입문부터 난관에 빠진다. 장비의 구입 때문이다. 골프 장비의 95% 이상이 오른손잡이용으로 제작되고 있다. 국내에서 왼손잡이용 클럽을 판매하지도 않는 유명 클럽 브랜드도 많다.

또 왼손잡이용 클럽은 대부분 주문 제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매 후 받아 볼 수 있을 때까지 최소 2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인터넷이나 중고 마켓에서 거래되는 가격도 오른손잡이용보다 비싸다.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하기 위한 환경적 차이도 골프 입문을 어렵게 만든다. 레슨 프로 중 거의 대부분이 오른손잡이다. 코칭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윙과는 메커니즘이 왼손잡이와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심지어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으로 골프를 할 것을 권하는 프로도 많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왼손잡이지만 골프만 오른손으로 하는 골퍼가 대부분이다.

연습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골프 연습장은 오른손잡이를 위한 타석만이 준비돼 있다. 왼손잡이용 타석은 층마다 가장 왼쪽 구석에 설치돼 있다. 왼손 골퍼들은 구석에서 벽을 보고 치기 때문에 자신의 구질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마저도 회원 위주로 운영되거나 오른손잡이 타석보다 가격을 높게 받는 경우도 있다.

기자와 지인인 한 왼손잡이 골퍼는 “실외 연습장에 가고 싶어도 타석이 없고 구질 파악이 힘들다”면서 “그나마 왼손타석이 잘 갖춰진 스크린 골프를 통해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클럽 제조사나 골프 연습장 입장에서는 왼손잡이용 클럽과 타석이 적은 것은 수요 때문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들에게 배려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왼손 골퍼라고 해서 골프 용품이나 연습장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면 이는 역차별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이러한 불공정은 오히려 왼손 골퍼들의 희생을 강요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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