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버닝썬 게이트’ 뒤엔 ‘공권력 불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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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버닝썬 게이트’ 뒤엔 ‘공권력 불신’이 있다
  • 이동욱 기자
  • 승인 2019.03.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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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이동욱 기자]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이 연일 화제다.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양측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전직 경찰관 강모씨가 구속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모양새다.

이에 연루된 관계자, 특히 연예인들에게 의혹이 제기됐을 때 그들은 사실을 부인하면서 강경 대응을 운운했으나 발뺌할 수 없는 증거가 세상에 드러나자 곧바로 시인하는 등 추악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영화 ‘베테랑’을 처음 봤을 때, 무방비 상태의 치안과 무책임한 공권력 등 현실성 없는 전개에 저게 과연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나 할까 생각하며 코웃음 치기도 했다.

현재 ‘버닝썬 게이트’에 등장하는 범죄 혐의는 지금 바로 영화로 만든다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 소재가 흥미롭다. 온라인상에는 ‘베테랑2’의 주제는 버닝썬이라는 분석까지 나왔고, 가상 시나리오와 가상 캐스팅까지 등장했다.

클럽 버닝썬의 최초 고발자인 김상교 씨가 이번 사건을 ‘똥 밟은 셈’ 치고 삭혔더라면, 이후 긴 싸움을 각오하지 않았더라면 정치·경제·사법 권력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끈끈하게 유착돼 있고 그 연결고리 속에서 얼마나 많은 부패 행위가 있었는지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같은 의구심이 드는 건 우리 사회 전반에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1년 넘게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클럽 아레나 폭행 사건 가해자는 지난 2월 재수사에 돌입한지 2주 만에 붙잡혔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 강남경찰서가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정황도 확인됐다.

검·경은 늘 수사력에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다. 가수 정준영은 지난 2016년과 지난해 두 차례 불법 동영상 촬영 혐의로 입건됐다. 특히 지난해 입건된 혐의의 경우 경찰은 유력한 증거를 확보해 두 번이나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한 번은 반려를, 한 번은 기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역시 늑장·부실 수사와 유착 정황 등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들과 여론의 뭇매에 못 이긴 경찰은 지난 13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고 밝혔지만 부실수사와 비호의혹 등과 관련된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가수 승리의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 마약·교통사고 등의 사건에 휘말렸을 때마다 처벌이 관대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버닝썬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국민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버닝썬 게이트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꼬리 자르기에 그치고 만다면 더 이상 국민은 공권력을 믿지 못할 것이다.

‘버닝썬’과 ‘정준영’은 어디에나 있다. 범죄가 유희가 되는 것을 떠받쳐온 건 공권력의 침묵과 방조다. 검·경 등은 이번 사태를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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