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카드 수수료 갈등’ 일단락…소비자는 여전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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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카드 수수료 갈등’ 일단락…소비자는 여전히 불안하다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3.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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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사실상 ‘백기투항’…대형마트 등 협상 남아
협상 불발 땐 피해 소비자 몫…당국은 뒷짐 비판론
1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노조)이 서울 종로구 금융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카드사들이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조정안을 수용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사실상 카드사의 ‘참패’다.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해 향후 대형마트, 통신, 항공, 호텔 등 초대형 가맹점들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입장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대형마트, 통신사 등과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될 경우에는 더 큰 소비자 피해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융위원회가 수수방관 자세에서 벗어나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마련된 감독, 제재, 처벌 근거에 따라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노조)는 서울 종로구 금융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갈등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며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금융위가 소비자 피해를 이유로 카드사에 연락해 합의를 종용한 것은 대형가맹점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앞으로 벌어질 통신, 항공, 호텔, 대형마트와의 협상 과정에서 대기업 가맹점들이 그 우월적 권한을 이용해 법과 제도를 어기는 행태를 또 다시 반복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말뿐이 아닌 실효성 있는 조치 실행과 제도 보완을 통해 현 수수료 사태를 만든 책임자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을 기존 1.8%대에서 1.9%대로 0.1~0.15%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 8일 카드사에 1.89% 수준까지만 올려줄 수 있다고 통보했다. KB국민, 현대, 하나, NH농협, BC카드는 현대차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신한, 삼성, 롯데카드는 수용하지 않았다.

신한, 삼성, 롯데카드는 당초 1.9%대의 수수료율 적용을 고수하다가 결국 현대차에 무릎을 끓었다. 현대차가 이를 거부하며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지난 11일부터 이들 카드로는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구매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신한카드는 이날 현대차가 제시한 1.89% 수수료율로 현대차와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결제가 중단된 일부 신한카드의 결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과 롯데카드의 경우 현재 현대차가 이를 검토하며 협상이 진행중이다. 결국 카드사의 참패로 끝난 것.

문제는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협상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현대차와의 수수료율 협상이 일단락된 만큼 대형마트, 통신, 항공, 호텔 등 초대형 가맹점들과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밀려,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미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카드사들에게 수수료를 지난 계약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항공, 대형 유통업체, 호텔 등 대형 가맹점들이 현대차와 합의 내용을 보며 대응을 준비한 만큼 형평성을 이유로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에 제동을 걸 확률이 크다.

특히 이들 대형가맹점을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산업들이다. 일부 가맹점의 계약 해지가 현실화 될 경우 소비자 피해는 현대차 협상 과정 때와는 규모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위는 여전법상 감독, 제재, 처벌 근거가 마련돼 있음에도 이번 현대차와의 수수료율 갈등 상황에서 조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이번 협상과정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는 않았는지 조사를 해야 하며, 남아 있는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법 18조 3에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위반시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9조에는 금융위는 이를 조정할 수 있고 조정이 되지 않으면 강제 기관에 이를 통지해 해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단 이 같은 법 규정에도 금융당국이 과거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율 적정성 검사를 한 전례는 없다.

김현정 노조 위원장은 “금융위가 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할 당시 50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는 인하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500억원 이상의 가맹점은 인상한다는 내용이 빠져있어 금융위를 항의방문했었다”며 “그 때 최종구 위원장은 500억원 이상 가맹점은 당연히 인상되는 것이기에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주부터 금융위 주관의 ‘카드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TF’가 진행된다. 이 회의에서 대형가맹점 수수료 협상 과정 추가 대책, 카드사들의 수익 보존 방안, 부과서비스 축소 방안, 신규사업 제안시 검토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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