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거수기’ 사외이사 관행 여전…기관 투자자 선임 반대 1%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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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거수기’ 사외이사 관행 여전…기관 투자자 선임 반대 1% 안돼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03.13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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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자문기관, 삼성전자·GS리테일·이마트·GS건설 등에 반대의견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과 이해관계 얽힌 사외이사 선임 관행이 올해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일부 의결권 자문기관이 반대의견을 내놨지만, 의결권 행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아 상징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기업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거수기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와 GS리테일, 이마트 등 주요 상장사의 정기주주총회 사외이사 선임안건을 살펴보면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이 대거 후보에 등판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전 기획재정부 장관)를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박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 2010년 고용노동부 장관, 2011년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쳤다. 

GS리테일도 자사의 법제실장(부사장) 등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하용득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마트 역시 이전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했다. 앞서 태평양은 이마트 등을 대리해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위법성 관련 소송을 수행한 적이 있다. 

관료와 정치인 출신 사외이사도 대거 후보로 등장하고 있다. GS건설은 김경식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과 김진배 한국관리회계학회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코오롱글로벌도 홍재형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로 내세웠다.

당장 독립성 훼손의 우려로, 의결권 자문기관에선 반대의견이 빗발친다. 이들 후보자의 경우 해당 기업과 직·간접적인 유착관계를 형성,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신지배구조연구소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사외이사의 기본 기능은 기업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견제 역할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행처럼 거수기 사외이사 선임이 이어져 왔다. 주요 안건과 이사회 운영에 있어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의견도 저조했다. 실제 상장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은 지난해 2864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이 중에서 찬성이 2309건(80.6%), 반대는 539건(18.8%)이었다.

특히 반대의결권을 던진 주총 안건 539건 중에서 실제 국민연금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겨우 5건에 그쳤다. 반대의결권을 관철한 비율로 따지면 0.9%에 불과할 정도로, 주총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기관투자자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가 의결권 자문기관과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의결권 행사에 강제성을 가지지 않고, 참고 의견 정도라는 점도 의결권 행사 의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여러 자문기관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이사회 안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국민연금 내부에서 결정한다”며 “의결권 자문사가 주총 안건에 대해 내놓은 의견이 강제성이나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기관의 목소리와 의견을 종합해 합리적이라 판단되면 행사 여부에 참고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부 올해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주주가치 제고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기관투자자가 많아 지면서 주요 안건에 대해 적극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2017년 전까지는 주총 반대율 변화가 미미했으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의 경우 반대율이 유의미한 수준의 변화를 보인다”며 “올해 주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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