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상(想像)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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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상(想像) 금지
  • 김휘규 공학박사
  • 승인 2019.03.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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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규 공학박사 (기술경영학)

[매일일보 김휘규] 현생 인류는 약 4만 년 전에 일명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물론 이전에도 여러 종(種)의 화석인류들이 있지만 인간으로서 동물과 달리 지식과 문화를 창조하기 시작한 것은 호모사피엔스부터로 추정된다. 호모사피엔스부터 뇌 용량이 커지면서 가공된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정착문화를 뿌리내렸고 이는 지역사회와 자원의 분배권과 관련된 권력을 형성시켰다. 결국 현재 인류가 지닌 생활체계의 근간은 이들이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호모사피엔스가 지속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로 뇌의 용량이 커지면서 형성된 상상력(想像力)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상상(想像)은 사전적 의미로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의 모든 문화와 예술 그리고 고도의 기술은 이러한 상상력이 바탕이 됐다. 호모사피엔스가 라틴어로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상상력이 현재의 인류에게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을 만들어 준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이와 같은 인간의 상상력은 어떤 무언가를 해 보기 전에 실제 해 보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 보면서 위험과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게 해 주었을 것이다. 상상력이 계획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는 의미가 된다. 새로운 도구나 생활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개선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인류의 상상력이 기존보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일종의 ‘경영활동(经营活动)’의 근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무리일까.

현재 우리의 삶에도 이러한 상상력에 의존하고 있다. 모든 일상 자체가 상상에서 시작하고 상상을 통해 자극받고, 또 상상을 통해 행동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는 부정적인 상상에 많은 신경을 쓴다. ‘늦게까지 술자리를 하면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할지도 몰라’, ‘실적이 나쁘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할지도 몰라’ 등, 물론 그런 일상의 상상은 매우 소소하고 당연한것이라 ‘현재 내가 상상을 하고 있다’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일상을 당연한 ‘인과관계(因果關係)’로 판단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모든 행동과 일상은 이런 방식으로 판단되고 결정된다. 어떻게 보면 앞으로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상상이 어디로 가느냐에 달려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이러한 부정적인 상상이 긍정적인 상상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위험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어느 지인은 어렵사리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작지만 좋은 사회 단체에 취직했다. 그런데 출근 첫날 인사총무 및 사무실 운영예산 및 회계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은 인사총무나 회계업무는 전혀 몰라서 겁이 났다는 것이다. 말이 인사총무니 회계지 작은 조직의 직원급여, 4대 보험 관련 업무, 그리고 사무실 운영비 정리 등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경우는 본인의 상상력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끊임없이 퍼져 나가면서 주체할 수 없게 된 경우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런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이면에는 ‘어차피 해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부정적 상상이 깔려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사람들은 부정적 상상을 이용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이를 정당화 시킨다. 나 역시 가끔은 잠자리에 누웠다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뭔가 나쁜 상상을 하다가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해 보지 않은 일, 시작조차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상상하고 걱정하는 것. 좋은 측면에서는 미리 계획하고 예측하여 손실과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지만 이것이 과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곤 한다. 그리고 상상의 결과가 사실인 양 변명과 정당화의 이유로 사용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상상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마주쳤을 때 그것에 대해 엉뚱한 결과를 상상하기 보다는 그냥 해 볼 필요도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바쁘게 급변하는 시대에서 어쩌면 모든 일을 상상해 보는 것은 불가능일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급류에서 보트를 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를 저어야 하나. 노를 멈추고 기다리면 어떻게 될까’ 등등 모든 행동의 결과를 상상하고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그때그때 물의 흐름에 맞추어 빨리 움직이고 대응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의 급변하는 사회에서 위험을 피한다는 명분하에 부정적 상상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가끔 상상을 멈추고 그저 빠르게 행동하고 움직이는 용기를 가져야 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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