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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90년대생과 4차 산업혁명 기업

[매일일보 이근형 기자]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다. 1990년대에 태어나 막 사회에 합류하기 시작한 세대들의 특징을 다룬 책이다. 90년대생과 접한 기성세대인 ‘꼰대’들이 받는 문화적 충격의 이유를 설명해주는 해설서인 셈이다.

이 책은 90년대생의 특징을 ‘간단하거나’와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로 정의한다. 이들은 줄임말을 일상적으로 쓰고, 긴 설명을 싫어한다. 재미는 당연한 것이다. 이들에게 평생직장이나 충성심 같은 것은 없다. 네이버 광고가 길어 유튜브로 넘어간다. 기업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보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남긴다. 정직하지 않은 기업의 제품은 안 사면 그만이다.

90년대생은 이전 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60년대와 70년대생들은 상사의 지시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상사의 얘기는 곧 진리다. 80년대생은 수긍하지 못하더라도 겉으로는 ‘네’라고 답한다. 반면 90년대생들은 다르다.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는다. 새로운 길을 가면 되기 때문이다.

90년대생은 태어날 때부터 이전 세대와 환경이 달랐다. 60년대와 70년대생은 한국전쟁 전후에 태어난 부모의 생존 본능을 물려받았다. 군사독재의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조직에 순응하는 훈련을 받으며 성장했다. 거부보다는 수긍에 익숙했다. 80년대생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조직에 순응했다.

반면 90년대생은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에 태어났고, 80년대 민주화의 주역인 386세대를 부모로 뒀다. 자유로운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을 배우면서 자랐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무엇인지 보면서 컸다. 상명하복과 무조건적인 충성은 통용되지 않는다. 직장에 미래가 없으면 대기업이라도 과감히 걷어찬다. 연봉이 높다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내 비전을 성취할 수 있는지와 내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90년대생들이 사회에 발을 내딛기 시작하면서 기업들도 달라지고 있다. 수직적 직급문화 대신 수평적 토론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직장인의 상징인 넥타이와 양복이 사라지고 있다. CEO와 평사원이 한 자리에서 대화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CEO와 직원이 똑 같은 자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결혼식장에서 터번을 쓴 이재용과 청바지에 면티를 입은 정의선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더는 아침 조례 같은 딱딱한 문화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기업들은 더 투명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월 중순부터 이어지는 올해 대기업 정기주주총회의 화두는 투명경영이다. 개발독재 시대부터 이어져온 관치경제와 정경유착의 뿌리를 마지막으로 씻어내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90년대생의 진출과 맞물려 대기업 임원들도 젊어지고 있다. 한 대기업의 임원 중 70년대 생이 절반을 넘어섰을 정도다. 그룹 총수가 젊어진 영향도 있겠지만 젊은 직원들과 호흡하기 위한 노력이다.

우리 산업의 틀도 바뀌고 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은 경쟁력을 잃었다. 전통 산업 대신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정직하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90년대생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으로 올라설 것이다.

우리 사회와 경제는 세대교체 중이다. 권위주의 시대에서 자유주의 시대로, 2․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시대다. 변곡점에서 ‘꼰대’로 남지 않기 위해서라도 ‘90년대생이 온다’를 읽어봐야겠다.

이근형 기자  rilla31@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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