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 실적 부진에 계열사 압박…리딩뱅크 욕심에 성과 강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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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 회장, 실적 부진에 계열사 압박…리딩뱅크 욕심에 성과 강조 나서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3.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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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계열사 실적상승 요구에 자사주 매입까지…일선무리한 영업으로 이어질수 있어 논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탈환한 리딩뱅크 왕좌를 불과 1년 만에 신한금융에 빼앗기며, 내부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계열사 실적 압박, 자사주 매입 등을 지시하고 있지만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욕심이 앞선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최근 계열사 CEO들에게 실적 변동성의 틈새를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일회성 비용을 줄이면서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 회장이 사실상 계열사 CEO들에게 실적 상승 방안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윤 회장이 계열사 CEO들에게 이 같은 지시를 한 1차적 배경은 실적이다. KB금융은 지난해 9년 만에 리딩금융 지위를 되찾았지만, 불과 1년 만에 신한금융에 다시 빼았겼다. 국내 1위 금융그룹 수성에 경고등이 너무 빨리 켜진 것.

지난해 KB금융은 전년보다 7.3% 줄어든 3조6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데 그친 반면, 신한금융은 전년보다 8.2% 증가한 3조1567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이익을 냈다. KB금융이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금(2860억원), 특별보로금(1850억원) 등 일회성비용으로 4710억원을 지출한 것이 전체 실적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도 원인이 됐다. KB증권, KB국민카드, KB생명보험, KB손해보험 등 지주의 다른 계열사들이 라이벌인 신한금융을 큰 차이로 앞섰기 때문이다. 

특히 KB증권은 전년보다 34.2% 줄어든 1788억원을, KB손보는 전년 대비 20.6% 감소한 262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체 KB금융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에서 그간 1등 프리미엄의 가치를 누렸던 KB금융이 신한금융에 밀리면서 주가 하락 폭도 큰 상황이다. 실제 KB금융 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보다 약 30% 안팎으로 떨어졌다. KB금융 주가는 지난 8일 4만2150원이지만, 1년 전에는 6만44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 내부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윤 회장으로서는 일회성비용 억제와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상승을 통해 신한에 내준 1위 자리를 다시 빼앗아오겠다는 데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윤 회장의 임기는 내년 11월까지다. 지난 2014년 11월에 취임한 윤 회장은 지난해 ‘셀프연임’이라는 비판 속에서 연임에 성공한 만큼, 본인 임기 중에 리딩 금융그룹의 탈환과 KB금융 주가 부양이 시급한 과제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 6일 윤 회장은 KB금융 주식 1000주를 주당 4만3050원에 장내매수했다. 윤 회장이 보유한 KB금융 주식은 총 2만1000주다.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며 지난해보다 하락한 주가를 견인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윤 회장의 리딩뱅크 타이틀 탈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윤 회장의 실적 압박은 계열사 CEO들을 통해 고스란히 일선 임직원들의 영업 압박으로 이어지는데, 이 경우 불완전판매 등 소지가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크다는 것.

신한금융의 경우 이미 경쟁력 우위에 섰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부동산신탁사인 아시아신탁을 잇달아 인수한 데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출사표를 던지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올해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각 계열사의 상황이 정부의 각종 규제에 맞물려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은행업의 경우 KPI(핵심성과지표)등의 규제가 시작됐으며, 카드업은 정부의 카드 수수료 개편에 따라 수익 축소 등으로 각 계열사 CEO들은 실적 개선안을 마련하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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