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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카드공제마저 없앤다? 산으로 가는 소주성
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소득주도성장론의 시작은 임금주도성장 담론이다. 그래선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시작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다른 말을 했다. “최저임금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일부분일 뿐”이란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제시했는데, 요지는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새는 돈을 줄여 실제 소비할 수 있는 돈이 많아지면 실질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부로 인해 국민들의 주머니는 갈수록 얇아져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별 비소비지출은 2017년 1분기까지 한 자릿수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에 그쳤지만, 2017년 4분기 12.5%로 늘더니 2018년에는 1분기 19.2%, 2분기 16.5%, 3분기 23.3%, 4분기 10.0%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비소비지출이란 소득과 무관하게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이다. 은행이자나 경조사비, 또는 부모님 용돈 등 정부와 무관한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이 월급에서 정부 몫으로 자동적으로 빠져나가는 세금·국민연금·사회보험료 등이다. 지난해 4분기에도 전체 95만3900원 가운데 경상조세가 17만3400원, 사회보험이 15만4000원, 연금이 15만2900원에 달했다. 특히 경상조세는 전년 대비 29.4%나 늘어난 규모다.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가 도리어 앞장서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여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술 더 떠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겠다는 말이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규정(신용카드 사용액 중 연봉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의 15%를 300만원 한도에서 공제) 아래에서 연봉이 5000만원인 직장인이 신용카드로 3250만원 이상 소비하면 최고 300만원까지 공제를 받는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한계세율을 적용하면 최대 50만원 정도 세금을 덜 낸다. 신용카드 공제가 폐지되면 그만큼 세 부담이 늘어나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신용카드 공제를 폐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반도체 수출과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법인세·양도소득세가 예상보다 더 걷히자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돈을 물쓰듯 해왔다. 하지만 올해 수출과 부동산 모두 세수 감소가 예상되자 신용카드 공제를 손봐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용카드 공제를 손보는 것이 제로페이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제로페이는 카드사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돈을 이체하는 결제 방식이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여당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약 1억9949만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 개인카드 결제금액과 비교했을 때 단 0.0003%에 불과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사용할 소비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데 정부는 신용카드의 이득을 줄여서라도 제로페이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스스로의 덫에 걸려 자가당착에 빠져드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송병형 기자  byhys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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