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카드 수수료 인상 반발…5개 카드사에 계약해지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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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카드 수수료 인상 반발…5개 카드사에 계약해지 통보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3.0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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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이해할 만한 인상 근거 없어” VS 카드사 “원가 공개 요구는 부적절”
현대차와 기아차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현대‧기아차가 일방적인 카드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하며 5개 카드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현대‧기아차와 카드사 간의 수수료 인상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다만 계약 해지 시점이 일주일가량 남아 있어 카드사와 현대차 간 수수료 갈등이 협상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 5개 카드사에 가맹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현대차는 오는 10일, 기아차는 오는 11부터 계약이 해지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약 해지 상황을 피하고자 카드사들에 수수료율에 대한 근거자료 제시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지난 1일부터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으로만 일관했다”며 “일부 카드사 계약 해지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주의 유예를 두고 10일부터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 측은 이달부터 수수료율 인상을 적용한다는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통보에 두 차례 이의제기 공문을 발송했다. 현대차는 카드사에 인상된 수수료율 적용을 유예하고 협상을 통해 공정한 수수료율을 정한 뒤 이를 소급 적용하자는 협상안을 제안했다.

현대차는 계약 해지 근거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들었다. 현행 여전법 제18조의3 및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제25조의4에 따르면 가맹점수수료율은 객관적이고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가맹점 표준약관 17조에 따르면 가맹점은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경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는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수료율을 협상하자는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 1일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했다. 이에 현대차가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시장 지배력이 큰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전법에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된 것이지 대형가맹점에 원가 구조를 공개하고 협상해야 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수수료율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는데 대형가맹점이 수수료율 인상을 거부하면 즉각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어서 카드사들은 매번 대형가맹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결과로 수수료를 협상했다”며 “이번에도 고객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현대차와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4년 비씨카드가 이마트에 수수료율을 1.5%에서 2.3%로 올리겠다고 하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불편 사례가 속출해 결국 비씨카드는 인상 폭을 낮춰 조정했다. 현대차도 2014년 1.9%였던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 인상을 두고 신한카드, 비씨카드에 가맹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가 결국 1.5%로 낮춰 조정한 바 있다.

다만 현대차가 협상의 여지는 남겨둔 상황이다. 현대차는 5개 카드사에 계약 해지 시점을 오는 10일로 통보하며 오늘부터 약 일주일이라는 유예기간과 해지 이후라도 카드사가 요청하면 수수료율 협상을 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현대차가 이번 주까지는 카드사와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어서 양측간 협상 기대가 나온다.

현대차가 일주일이라는 말미를 준 것은 BC카드의 유예기간과 비슷하다. BC카드는 한 달간 인상된 수수료율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현대차의 요구에 일주일간만 유예하겠다고 알렸다. BC카드도 유예 기한인 오는 7일까지 수수료 조정이 타결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계약 해지의 상황에 놓이면 카드사나 현대차나 좋을 것이 없다는 점이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란 전망이다. 카드사로서는 현대·기아차가 전체 신용판매 취급액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을 차지하는 고객이다. 차량 구매시 소비자가 보유한 카드로 결제가 안 되면 결제가 되는 다른 카드를 새로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차량 구매를 앞둔 고객이 현대차의 카드 결제가 안 되면 현대차가 아닌 다른 차를 선택할 수 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는 제안을 수용한 BC카드, NH농협카드, 현대카드 등과는 기존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적정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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