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 빅딜, 韓조선의 부활 신호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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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 빅딜, 韓조선의 부활 신호탄 되길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2.25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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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연초부터 국내 조선업계가 인수합병(M&A) 이슈로 뜨겁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전격 결정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산업은행과 이 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55.7%)의 투자를 유치해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양사는 매머드급 조선사로 새롭게 탄생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4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2위인 대우조선해양(584만CGT)을 합하면 시장점유율이 21.2%에 달한다. 이는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5만CGT)를 세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현대중공업은 인수 성사 시 연구개발을 통합한다. 중복투자를 없애 초격차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은 물론, 대우조선이 강점을 지닌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박 분야의 기술력 강화로 막대한 수익성 개선도 꾀할 수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 경쟁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간 국내 조선업계는 저가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빅2 체제가 되면 과당경쟁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실이 방지된다. 전략적인 수주를 할 수 있게 돼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완전히 통합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바로 양사 노조의 반발과 기업결합 심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인수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각각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를 모두 가결시켰다.

노조가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이유는 고용불안이 가장 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경쟁을 펼치던 동종업계다. 때문에 연구개발, 설계, 영업, 재무 분야 등에서 통합운영을 통해 규모를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결합 심사 역시 만만치 않은 관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두 회사의 선박 시장점유율(수주잔량 기준)은 21.2% 수준이지만, LNG선으로 한정하면 59.5%에 달한다. VLCC도 60.2%에 이른다. 이 부분이 두 회사의 기업결합 승인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빅딜이 성공하면 국내 조선업의 재건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독과점 문제 등 제도적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 지자체와 노조도 조선업 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머리를 맞대야한다. 고통 없는 변화는 없다. 이번 M&A가 국내 조선업을 부활시키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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