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강 앞두고 강사법 시행 혼란에 빠진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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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강 앞두고 강사법 시행 혼란에 빠진 대학가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9.02.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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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오는 8월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강화하는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인건비 부담을 늘어날 것을 우려한 대학들이 교양과목을 줄이고 시간강사를 겸임·초빙교원으로 대체하는 등의 이른바 꼼수 대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시간강사도 교원 지위를 얻게 돼 1년 이상 채용, 방학 중 임금 지급, 3년간 재임용 심사를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하지만 대학들은 시간강사 강의를 전임교수에게 몰아주거나 교양과목과 졸업이수학점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교양·전공 개설과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고려대의 올해 1학기 개설과목은 총 2714개로 전년동기 12.7% 줄었다. 전공과목 수는 74개 감소한 반면 교양과목 수는 320개나 됐다. 이에 학생들은 학습권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서명 운동과 릴레이 시위에 들어간 상태다.

연세대의 경우에는 올해 교양과목 80개를 축소하고 졸업이수학점을 축소했다. 배화여자대는 2년제 졸업이수학점을 종전 80학점에서 75학점으로 줄였다.

지방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남대는 시간강사 272명 중 약 50%인 130명의 강사를 강의에서 배정하지 않았으며 대구대는 1월초 비정규교수노조 측에 420명의 시간강사 중 300명을 줄이겠다고 통보해 현재 노동위원회의 쟁의행위 조정이 진행중이다.

숙명여대는 시간강사를 비전임교원인 겸임·초빙교원으로 대체해 1학기부터 시간강사들을 ‘초빙대우교수’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대학들의 꼼수 움직임에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시간강사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겸임·초빙교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강사의 교수시간을 매주 6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시행령에 방학 중 임금 기준이 담겨 있지 않는 등 대학 시간강사들의 고용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오는 3~4월 교육부는 대학·강사 대표로 이뤄진 실무 협의체를 통해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을 마련해 현장에 배포할 예정으로 표준계약서 예시 등이 포함된 매뉴얼이 나오면 대학의 시간강사 줄이기는 더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다.

강사법은 시간강사가 양질의 대학교육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권과 처우를 보장해달라는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대학이 돈의 논리를 앞세워 시간강사를 줄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진리탐구라는 대학 이념을 대학 스스로가 포기하는 우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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