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골프 캐디는 단순히 ‘포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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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골프 캐디는 단순히 ‘포터’가 아니다
  • 한종훈 기자
  • 승인 2019.02.2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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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PGA 투어 통산 9승, 2018-2019 시즌 2승 그리고 통산 누적 상금 4600만달러. 그는 유명 골프 선수 매트 쿠차다.

2016년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쿠차는 2017년 내셔널리그 오브 주니어 코틸리온스가 선정한 최고의 매너 인물 베스트10에 이름을 올리며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다.

특히 2017년 7월 메이저 대회 디오픈에서 조던 스피스에 이어 3타 차 준우승에 그쳤지만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최종라운드 13번 홀에서 스피스가 티 샷 실수 이후 드롭 지점을 선택하느라 30분을 소모했지만 묵묵히 지켜보는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캐디피’ 논란으로 쿠차의 좋은 이미지는 금이 갔다. 쿠차는 지난해 11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4년 7개월 만에 우승해 상금 129만6000달러를 받았다. 당시 그는 현지에서 고용한 임시 캐디 오르티즈에게 캐디피와 보너스 명목으로 5000달러를 줬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에 따르면 전문 캐디인 경우 선수 상금의 5%를 받고, 우승하면 10%를 주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쿠차는 아무리 임시 캐디라고 해도 우승 상금의 1%도 채 되지 않는 금액만 지급해 뒷말을 낳았다.

쿠차와 오르티즈는 대회 개막전 주급 3000달러에 계약했고,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주기로 합의했다. 쿠차는 계약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쿠차는 오르티즈에게 사과 전화를 하고 5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통산 상금 4600만달러를 넘게 번 쿠차에게 ‘구두쇠’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더 중요한 것은 쿠차는 임시 캐디가 대회 때 단순히 백을 매고 옮기는 포터의 역할만 했다고 여긴 것 같다.

캐디는 경기 중 합법적으로 선수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골프백을 운반하고 볼을 닦고 거리 파악까지 해준다. 코스공략과 퍼팅라인에 대해서도 상의한다. 하우스 캐디의 경우 해당 골프장의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쿠차는 캐디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 그 역시 전문 캐디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쿠차는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캐디의 가치를 보너스인 고작 2000달러로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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